Square Enix는 《Final Fantasy Tactics》 리메이크 작업에서 원작의 디더링(dithering) 효과를 '클래식 모드'에서 제거했다. 언뜻 미술적 취사선택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물리학의 문제다. 색상 블록 사이에 체크무늬 노이즈를 만들어 색상 그라데이션을 흉내 내는 이 오래된 기법은 브라운관의 형광 스크린에 표시될 때만 효과를 발휘하며, LCD나 OLED로 옮기면 그냥 지저분해 보이는 잡티 덩어리가 되어버린다. TINDZINE 에디터 Igor Bonifacic은 이 사례를 통해 한 가지를 짚어낸다. 우리 기억 속에서 더 아름다워 보이는 그 옛날 게임 화면들은 필터를 씌운 듯한 향수의 착각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기술이 한 세대 바뀌면서 생긴 실제 격차라는 것이다.

문제는 CRT(cathode ray tube, 음극선관) TV의 화면 생성 방식이 지금의 패널과는 완전히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는 데 있다. Bonifacic은 CRT 안에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전자총이 봉입되어 있으며, 이 전자총이 화면 앞쪽의 형광 코팅을 향해 한 줄씩 스캔하면서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이미지의 모든 수평 '스캔라인'을 그려낸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이 사람 눈으로는 알아챌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이루어진다. 반면 LCD와 OLED는 'sample-and-hold' 방식을 쓴다. 화면 전체를 한 번에 그려낸 뒤 다음 리프레시가 올 때까지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이 차이 때문에 CRT는 오랫동안 동적인 화면에서 LCD보다 훨씬 선명했고, 최근 고주사율 패널이 나오고 나서야 겨우 따라잡을 수 있었다. 기사에서는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The Legend of Zelda: Ocarina of Time)를 예로 든다. 이 게임은 프레임레이트가 20FPS 안팎으로 낮고 불안정했지만, 어릴 때 플레이할 때는 그다지 끊기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 비결이 바로 CRT가 움직임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었다는 것이다.

240p와 480i: 이름은 낯설어도 매일 접하고 있던 두 가지 해상도
CRT에는 현대 패널처럼 고정된 네이티브 해상도라는 게 없어서, LCD가 비네이티브 해상도에서 흔히 보이는 흐릿함 없이 다양한 화면을 그대로 그려낼 수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PlayStation 3와 Xbox 360 세대 이전까지 가정용 콘솔은 거의 두 가지 표준 화질 해상도, 즉 240p와 480i에 고정되어 있었다. 480i의 'i'는 interlaced(인터레이스, 교차 주사)를 뜻한다. TV가 먼저 모든 홀수 행을 그린 뒤 다시 돌아가 짝수 행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대역폭이 부족했던 시절 데이터 양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었다. 부작용으로 CRT 특유의 깜빡임이 생겼다. 240p의 'p'는 progressive(프로그레시브, 순차 주사)를 뜻하는데,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그려내 깜빡임이 없으며, PS2와 GameCube 세대 이전까지 대다수 콘솔이 선호한 해상도이기도 했다. 다만 표준 화질 CRT가 240p를 표시할 때는 짝수 행이 실제로는 그냥 검게 비어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검은 줄을 '스캔라인'으로 착각한다. 엄밀히 말하면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바로 이 지점이 픽셀 아트가 CRT와 만났을 때 그 특유의 감성이 나오는 원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