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모든 AI API 호출에는 신원이 따라붙는다." 이더리움 재단은 블로그 게시물에서 현재 AI 서비스 결제 방식을 이렇게 설명했다—API 키는 계정과 연결되고, 계정은 결제 수단과 연결되며, 모든 프롬프트가 같은 기록에 합쳐진다는 것이다. 이 문구가 바로 zkAPI가 해결하고자 하는 핵심 문제다.
이더리움 재단과 오픈소스 AI 프라이버시 프로젝트인 Open Anonymity(OA) Project가 공동 개발한 zkAPI가 미 동부시간 10월 1일 이더리움 메인넷에 정식 출시됐다. 이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는 AI 모델과 기타 사용량 기반 과금 API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서비스 제공업체나 결제 서버가 결제자의 신원을 알 수 없도록 할 수 있다.
스탠퍼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생이자 OA Project 구성원인 Ken Liu는 같은 날 오후 X에 올린 게시물에서 zkAPI를 "OA의 연결 불가능한 추론(unlinkable inference)을 일반화한 것이면서 동시에 결제 자체도 추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프라이버시와 주권을 기본 인프라로 삼아 사람들이 진정으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게 하는 인프라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고, 비공개 노트, 그리고 일회용 일련번호
zkAPI를 사용하려면 먼저 ETH나 USDC를 금고 컨트랙트(vault contract)에 예치해야 하며, 이 예치금은 '비공개 노트(private note)'로 기록된다. 이 자금을 사용할 때는 사용자 기기의 소프트웨어가 영지식 증명을 생성해 해당 요청에 자금이 뒷받침되고 있음을 증명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예치금인지는 드러내지 않는다.
zkAPI 서버는 이 증명을 검증한 뒤, 지출 한도와 유효 기간이 설정된 임시 API 키를 발급한다. 사용자는 이 키와 함께 프롬프트를 AI 모델 제공업체에 직접 전송하며, 키가 만료되면 서버가 사용자의 비공개 잔액에서 해당 사용량만큼 차감한다.
결제가 이뤄질 때마다 'nullifier'라 불리는 일련번호가 함께 발행된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누군가 동일한 잔액을 중복으로 사용하려 시도할 경우 중복된 nullifier가 생성되는데, "이는 해당 시도 자체는 드러내지만 그 외의 어떤 정보도 노출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이 클라이언트는 사용자 로컬 환경에서 표준 OpenAI 및 Ollama API 인터페이스를 노출하므로, 기존 애플리케이션·에디터·채팅 클라이언트가 localhost만 가리키면 그대로 작동한다고 밝혔다.
첫 단계는 AI 채팅, 하지만 완전한 익명은 아니다
공식 블로그가 제시한 첫 번째 활용 사례는 AI 채팅과 에이전트(agents)이며, 그 외에도 블록체인 RPC 조회, 이미지·영상 생성, VPN 대역폭, AI 에이전트 간 기계 대 기계 결제 등이 활용처로 언급됐다.
다만 zkAPI는 네트워크 수준의 익명성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공식 측은 게이트웨이가 여전히 고정 IP 주소를 통해 서로 다른 요청들을 연관 지을 수 있다고 인정했으며, 더 강력한 프라이버시를 원하는 사용자는 트래픽을 Tor 같은 익명 네트워크로 우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대화 내용 자체—개인정보, 글쓰기 스타일, 대화 이력—역시 서로 다른 세션을 동일 인물로 재연결시킬 수 있는 요소다. zkAPI의 GitHub 프로젝트 페이지에서도 이 프로토콜을 '실험적(experimental)'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zkAPI는 이더리움 재단 dAI 팀 리더인 Davide Crapis와 이더리움 공동창립자 Vitalik Buterin이 올해 2월 11일 Ethereum Research 포럼에 발표한 'ZK API Usage Credits'라는 설계를 구현한 것이다. 2025년 9월 설립된 dAI 팀은 이더리움을 AI 결제·조율 계층으로 강화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앞서 올해 1월 메인넷에 출시돼 AI 에이전트 신원에 사용되는 표준 ERC-8004도 개발한 바 있다. zkAPI 출시를 알린 이번 블로그 게시물은 dAI 팀의 Vittorio Rivabella가 작성했다. Buterin 본인은 지난 2월 X 게시물에서 AI 서비스를 위한 암호화 결제 메커니즘을 이더리움이 AI 분야에서 맡을 수 있는 향후 역할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