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킹스크로스역에서 Engadget 기자 Mat Smith는 폴짝폴짝 뛰면서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했지만, 화면은 이상하리만치 안정적이었다. 후반 편집으로 처리한 것도, 손목의 안정감 덕분도 아니었다. 스마트폰 뒷면 속에 진짜로 회전하는 기계식 짐벌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 점이 Honor Robot Phone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스마트폰 한 대에 어떻게 완전한 3축 안정화 시스템을 담을 수 있었을까.
Robot Phone은 올해 초 MWC 2026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공개되며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이목을 끈 기기 중 하나였다. 이미 중국에서 판매가 시작됐지만 Honor는 해외 출시 계획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삼성이 앞서 Galaxy Z TriFold를 한정 물량으로 시험 판매했던 방식과 비슷한 접근이다. 부품 원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소규모로 생산해 시장 반응을 먼저 살피는 건 비교적 신중한 선택이다.
2.6g짜리 짐벌 모터, 그 대가는 9.6mm 두께
Honor는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짐벌 모터라고 설명한다. 무게는 단 2.6g에 불과하며, 자체 개발한 공정 덕분에 스마트폰 뒷면 수납 공간에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대가로 본체 두께는 (카메라 모듈을 제외하고도) 9.6mm에 달해 슬림하다고는 할 수 없다. 사용하려면 먼저 뒷면 커버를 수동으로 밀어 연 뒤 카메라나 AI 어시스턴트의 실행 버튼을 눌러야 짐벌 암이 펼쳐지며, 이 과정에서 화면에는 뒤쪽 기계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X-ray 투시 애니메이션이 재생된다.
이 짐벌이 구동하는 건 조리개 f/1.6의 200MP 메인 카메라로, 접었을 때는 일반 스마트폰 카메라처럼 기존 OIS 손떨림 보정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OIS와 2.7배 광학 줌을 지원하는 200MP 망원 렌즈, 122도 화각의 50MP 초광각 렌즈가 탑재됐고, 전면 카메라는 50MP, 화면 크기는 6.31인치다.
Mat Smith는 짐벌의 성능이 “예상보다 탄탄하다”고 표현했다. 슈퍼 스테디 모드에서는 그가 역 안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녀도 화면이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었으며, 190도 회전 촬영 모드 역시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물론 배워야 할 부분도 있었다. 짐벌이 한 번은 그가 의도치 않은, 그저 지나가던 낯선 사람의 얼굴을 자동으로 잠그기도 해 시스템이 어떤 기준으로 피사체를 우선시하는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장점은 스마트폰을 세로로 쥔 채로도 가로 화면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이는 일반적인 손 촬영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자유도다.
독립형 짐벌 카메라와 비교하면 스마트폰 화면에서 곧바로 촬영 모드와 추적 속도를 조정하고, 화면 위 조이스틱으로 짐벌 각도를 직접 조작할 수 있어 훨씬 손쉽다. 짐벌은 사람과 정지된 사물을 동시에 추적할 수도 있는데, 이는 일부 시판 중인 스마트폰용 짐벌 액세서리보다도 뛰어난 부분이다. 이번에 Honor는 영화 카메라 제조사 ARRI와 협업해 인터페이스, LUT 색보정, 촬영 워크플로우를 구현했으며 ARRI의 LogC3 포맷 녹화를 지원해 후반 색보정 작업에 용이하다. 촬영 중에도 LUT를 적용한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미리 볼 수 있다.
Robot Phone은 중국에서 9,999위안, 환산하면 약 1,500달러에 판매되는데, 이는 Honor의 또 다른 폴더블폰 Magic V6의 중국 판매가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Magic V6는 영국에서 2,000파운드, 환산하면 2,700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Robot Phone이 실제로 해외에 출시될 경우 가격은 더 비싸질 가능성이 크다. 방진방수 등급은 IP54지만 짐벌이 완전히 접혀 있을 때만 방진방수 기능이 적용되며, 기계 구조 자체는 여전히 마모나 고장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이는 움직이는 기계 부품을 내장한 모든 기기가 마주해야 하는 숙제이기도 하다.
Honor 대변인은 Engadget에 향후 해외에서 판매 가능한 모델 출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짐벌 시스템이 이렇게까지 작아질 수 있다는 사실은 또 다른 가능성도 열어준다. 스마트폰과 완전히 분리된, 진짜로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초소형 짐벌 카메라로 만들어질 가능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