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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의 애정 어린 영화 목록 읽기: 〈보이후드〉에서 〈하나 그리고 둘〉까지

홍콩, 타이베이, 뉴욕과 유럽을 잇는 열 편. 성장과 기억, 도덕적 딜레마라는 세 갈래로 이창동이 좋아하는 영화의 세계에 들어간다.

Morgan Lee, Features Editor
이창동의 애정 어린 영화 목록 읽기: 〈보이후드〉에서 〈하나 그리고 둘〉까지

이창동이 좋아하는 영화 목록은 서로 멀어 보이는 작품을 한자리에 놓는다. 12년에 걸쳐 촬영한 〈보이후드〉와 한 번의 롱테이크로 역사를 통과하는 〈러시아 방주〉가 함께 있고, 왕가위의 〈화양연화〉와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은 홍콩과 타이베이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신작 순위가 아닌 이 열 편은 시간, 기억, 인간의 처지를 따라 천천히 읽어갈 관람 지도에 가깝다.

시간은 기록할 수도, 다시 배열할 수도 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2014)는 엘라 콜트레인이 연기한 메이슨이 배우와 함께 성장하게 한다. 12년의 촬영은 가족의 변화와 일상의 세부를 쌓아 무게를 만든다.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러시아 방주〉(2002)는 다른 길을 택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카메라가 계속 이동하며, 한 번의 롱테이크 안에서 서로 다른 역사적 시기를 만나게 한다. 두 영화 모두 시간을 재료로 삼되, 하나는 몸의 변화를 보고 다른 하나는 공간을 역사의 그릇으로 만든다.

박물관의 역사적 공간을 보여주는 〈러시아 방주〉 포스터.
박물관의 역사적 공간을 보여주는 〈러시아 방주〉 포스터.

왕가위의 〈화양연화〉(2000)는 시간을 다루면서도 빈자리를 남긴다. 1960년대 홍콩의 이웃들은 각자의 배우자가 불륜 관계임을 알고 가까워지지만,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도 거리를 지킨다. 의상과 좁은 통로, 색채와 음악이 감정을 늘인다. 함께 볼 만한 〈하나 그리고 둘〉(2000)은 타이베이 한 가족의 결혼식과 일, 성장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는 아이는 누구에게나 스스로 볼 수 없는 면이 있음을 일깨운다.

일상이 흔들릴 때, 인물은 무엇을 선택할까

미카엘 하네케의 〈히든〉(2005)은 익명의 비디오테이프로 시작해 중산층 가족의 안전감을 한 겹씩 벗긴다. 다르덴 형제의 〈아들〉(2002)은 도덕적 문제를 목공 교실에 압축한다. 교사는 가족의 상처와 관련된 소년을 마주하고, 영화는 노동과 침묵, 신체적 거리로 긴장을 유지한다. 두 작품 모두 답을 서둘러 정리하지 않고 인물의 행동을 계속 지켜보게 한다.

인물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히든〉 장면.
인물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히든〉 장면.

크리스티 푸이유의 〈라자레스쿠 씨의 죽음〉(2005)은 한 노인이 밤새 부쿠레슈티의 병원들을 옮겨 다니는 여정을 따라가며 개인의 고통과 제도의 무관심을 겹친다. 폴 토머스 앤더슨의 〈마스터〉(2012)는 전후의 퇴역 군인과 정신적 지도자에게 초점을 맞춰 의존과 권력, 통제되지 않는 충동을 충돌시킨다. 이어서 보면 환경이 인간의 반응을 어떻게 빚는지 생각할 수 있다.

포크송 한 곡에서 반복되는 엿새로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2013)은 1960년대 뉴욕 무명 가수의 며칠을 그린다. 음악은 성공을 보장하지 않으며 오히려 일상의 좌절을 또렷하게 한다. 벨라 타르의 〈토리노의 말〉(2011)은 마부와 딸의 엿새를 흑백으로 기록한다. 감자를 먹고 물을 긷고 바람에 버티는 반복이 일상에 대한 관객의 감각을 서서히 바꾼다.

기타를 든 가수와 도시 풍경이 담긴 〈인사이드 르윈〉 포스터.
기타를 든 가수와 도시 풍경이 담긴 〈인사이드 르윈〉 포스터.

처음 이 목록을 만난다면 익숙한 도시나 매체에서 출발해도 좋다. 음악을 좋아하면 〈인사이드 르윈〉, 사진에 관심이 있으면 〈러시아 방주〉, 대만의 생활에서 들어가고 싶다면 〈하나 그리고 둘〉을 고를 수 있다. 열 편을 한꺼번에 볼 필요는 없다. 작품 사이에 가까운 질문을 남겨두면 다음 영화를 비교할 선이 하나 더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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