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하나에는 가족의 기억이 얼마나 남을 수 있을까? 서울 성북구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는 부자의 작품을 ‘집’이라는 공통 맥락에 놓는다. 10월 20일부터 12월 20일까지 무료로 공개하는 제1회 성북아트위크 특별전이다. 출발점은 두 사람이 공유한 거처다. 성북동 한옥의 문과 벽, 석조물, 일상의 수집품을 통해 하나의 주거 공간이 두 세대의 창작 재료가 되는 과정을 본다.
같은 한옥, 집을 이해하는 두 가지 방식
서세옥은 1970년대 창덕궁 연경당을 참고해 한옥을 짓고 ‘무송재’라는 이름을 붙였다. 좋아하는 괴석과 불상 등을 생활 속에 두며 시와 그림, 거주를 연결했다. 이 집은 1970년대 후반 ‘인간’ 연작이 발전하는 중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 세계에서 자란 서도호는 성북동을 떠나 뉴욕과 런던 등에서 살며 휴대할 수 있는 집을 통해 거처를 다시 생각했다. 아버지가 집을 자신만의 세계로 가꿨다면 아들은 이동과 기억 속에서 집을 다시 나타나게 했다. 두 사람의 태도를 같은 향수로만 볼 수는 없다.
1부는 사유와 기억의 공간으로서 집에 초점을 맞춘다. 서세옥의 ‘남향집’, ‘동네’와 괴석, 수선화, 영지를 그린 소재를 함께 살피며 건축 외관에서 거주자의 선택으로 시선을 옮긴다. 1977년 ‘남향집’은 종이에 먹과 색을 사용한 작품이다. 검정과 회색, 작은 색면은 집의 세부를 하나씩 나열하기보다 응축된 이미지를 남긴다. 집을 보는 일은 작가가 무엇을 남기기로 했는지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서세옥 ‘남향집’, 1977년, 종이에 먹과 색. 작품 이미지.
문손잡이의 질감에서 사람을 잇는 선까지
서도호의 신작은 접촉을 더 작은 규모로 다룬다. 아버지의 손길이 닿았던 문, 담벼락 문양, 정원의 석조물 등이 탁본과 묘사의 대상이 된다. ‘Door handle’은 2026년 닥지에 흑연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문판과 벽돌무늬, 금속 부속의 세부를 남겼다. 집 전체를 옮기지 않아도 한 부분이 공간의 실마리를 담을 수 있다. 시선도 익숙한 문의 형태에서 울퉁불퉁한 표면이 남긴 흔적으로 이동한다.
서도호 ‘Door handle’, 2026년, 닥지에 흑연. 작품 이미지.
2부는 사람과 존재, 시간으로 나아가 서세옥의 ‘인간’ 연작과 서도호의 실 드로잉, 2026년 ‘카르마’ 연작을 나란히 놓는다. 1997년 ‘춤추는 사람들’은 종이 위 먹선으로 인물을 연결하며 몸 사이의 여백도 중요하게 다룬다. 약 3m 길이의 서도호 ‘My Homes’도 전시에 포함된다. 함께 싣는 작품 이미지에는 2016년 ‘small gate : roof’도 있어 실이 수제 종이 속에 들어간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이전 작품이므로 2026년 신작과 제작 시기를 구분하면 전시 전체를 신작만 모은 자리로 오해하지 않을 수 있다.
서세옥 ‘춤추는 사람들’, 1997년, 종이에 먹. 작품 이미지.서도호 ‘small gate : roof’, 2016년, 수제 면지에 삽입한 실 등의 재료. 작품 이미지.
12월 20일까지 무료 관람, 월요일 휴관
두 세대의 재료 차이는 명확한 감상 경로를 제공한다. 먼저 먹의 농담과 종이의 여백을 보고, 이어 흑연 탁본이 포착한 표면을 살핀 뒤, 선과 사람의 형상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주목한다. 작품의 크기만으로 압도감을 판단하기보다 이런 비교는 제목 속 ‘어루만지다’라는 동작에 가까워진다. 한 장소를 떠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접촉을 통해 남기는 것이다. 부자의 작품은 서로 마주하면서도 각자의 흔적과 재료, 삶의 경험을 유지한다.
장소는 서울 성북구 성북로 134, 미술관 2·3층이다. 화요일부터 일요일 10:00~18:00에 운영하며 입장 마감은 17:30, 월요일은 휴관이다. 매일 15:00에 한 차례 전시 해설이 있다. 일반 관람객은 예약 없이 무료로 방문할 수 있으며 단체는 02-6925-5011로 전화 예약해야 한다. 성북아트위크의 다른 장소도 일정에 넣는다면 각 전시 기간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짧게 열리는 아트위크 프로그램과 12월 20일까지 이어지는 부자 전시의 일정은 서로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