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송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바로 시점이다. FCC는 ABC 산하 8개 TV 방송국에 30일 내 재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이 명령이 발표된 날짜가 하필 트럼프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가 진행자 Jimmy Kimmel의 퇴출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ABC는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지목하며 "ABC가 방영한 콘텐츠에 정부가 불만을 품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ABC를 겨냥한 보복 행위"라고 주장했다.
재허가 일정 자체도 이례적이다. ABC 측 설명에 따르면 이 8개 TV 방송국은 원래 빨라도 2.5년 후에나 재허가를 받아야 했고, 그중 한 곳은 5년 넘게 여유가 있었다. 소장에는 FCC가 이 명령을 내리기 전날까지 반세기 넘게 조기 재허가를 요구한 적이 없었으며, 동일 방송망 소속 방송국들을 한꺼번에 조기 신청하도록 요구한 적도 전혀 없었다고 적혀 있다. ABC는 평소라면 재허가 신청서 준비에 수개월이 걸리는데, 이번에는 "항의 속에" 마감 기한에 맞춰 급히 제출했다고 밝혔다.
FCC 위원장 Brendan Carr 본인의 발언이 ABC 소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증거로 활용됐다. 소장은 그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을 인용했다. "이전까지 우리를 심각하게 안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다." ABC는 이 발언을 근거로, 재허가 명령이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표적성 압박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의 배경은 디즈니 산하 《Jimmy Kimmel Live》로 거슬러 올라간다. Charlie Kirk 피살 사건 이후 Kimmel이 방송에서 한 관련 발언에 트럼프가 맹비난을 쏟아냈고, 디즈니는 곧 프로그램을 며칠간 중단했다. 소장에는 또 다른 시간대의 사건도 언급된다. 트럼프는 올해 7월 16일 황금시간대 생중계 연설을 했는데, ABC와 NBC 모두 이를 TV 채널에서 방영하지 않고 스트리밍 채널로 돌렸다. ABC는 ABC News Live에서 방영하는 쪽을 택했다. 트럼프는 이후에도 ABC와 NBC의 방송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위협했다. ABC는 소장에서 이 방영 결정을 내릴 당시 "정부의 보복 조치 가능성이라는 위험을 이미 고려했다"고 인정했다. Carr 역시 이후 ABC가 "7월 16일 연설을 생중계하지 않은 것"을 재허가 심사 고려 사항 중 하나로 삼겠다고 밝혔다.
소장에 따르면 이번 압박은 단발성 사건이 아니다. 디즈니 자체도 지난해 Carr가 이끄는 FCC로부터 다양성·평등·포용성(DEI) 정책이 공정 고용 기회 규정을 위반했다는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한편 ABC 산하 프로그램 《The View》도 텍사스주 상원의원 민주당 후보 James Talarico를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FCC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ABC는 소장에서 문제의 범위를 더 크게 짚었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된다면, 미국 내 모든 미디어 기업에 전달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정부가 인정하는 내용만 보도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연방정부의 강제 조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소장에는 또한 Carr가 FCC가 이미 "가짜뉴스 언론들을 손봤다"며 "승리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자신이 몰아냈다고 여기는 비판 목소리들을 나열한 사실도 언급됐다. 이번 소송은 현재 법원에 조기 재허가 심사 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이며, 이후 진행 상황은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