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Zora Arkus-Duntov는 쉐보레 경영진 몰래 레이스카 개발을 진행했다. 목표는 단순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Shelby Cobra를 꺾는 것. 훗날 Grand Sport라 불리게 된 이 차는 C2 Sting Ray를 베이스로 삼아 초박형 원피스 유리섬유 바디를 장착하고 대폭 경량화된 구조에 대배기량 V8 엔진을 얹었다. 원래 계획은 국제 대회 호몰로게이션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125대를 생산하는 것이었지만, 소식이 새어나가면서 경영진의 결정으로 단 5대만 완성된 채 프로젝트는 중단되고 말았다.

이렇게 완성된 5대는 결국 실제 레이스 트랙을 누볐고, 그 덕분에 Corvette 워크스 레이싱 역사상 가장 중요한 차량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올해 초 C8 Grand Sport가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것도, 자사에 의해 중단됐지만 결국 전설로 남은 이 이야기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주 Monterey에서 열리는 RM Sotheby's 연례 경매에서, 오리지널 차량 중 한 대인 섀시 넘버 003이 정식으로 출품된다. 쿠페 버전 3대 중 가장 먼저 완성된 차량으로, 차체에는 1964년 12시간 Sebring 내구 레이스 당시의 Mecum Racing 블루-화이트 도장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003호 차량은 당시 A.J. Foyt, Jim Hall, Augie Pabst 등 미국의 전설적인 레이서들이 몰았으며, 1963년에는 Dick Doane이 출전해 SCCA 클래스 우승 3회를 기록했다. 1964년 Sebring에서는 클래스 2위, 1965년 같은 대회에서는 클래스 3위에 올랐다.

차량 중량은 1900파운드에 불과해, 일반 1963년형 Corvette보다 1300파운드나 가볍다. 엔진은 2024년에 새로 제작되었으며, 배기량 377입방인치 V8에 순정 Weber 카뷰레터 4기를 장착하고 4단 수동변속기와 조합되어 약 600마력, 600파운드피트의 토크를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매사는 실제 가속 성능이나 최고 속도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RM Sotheby's는 이번 003호 차량의 예상 낙찰가를 1100만~1300만 달러로 책정했으며, 경매는 8월 13일 목요일부터 8월 15일 토요일까지 진행된다. 한때 자사에 의해 생산 중단 명령이 내려졌던 차량이 이제는 한화로 약 40억 원에 달하는 가치를 인정받게 된 셈이니, 어떤 의미에서는 뒤늦은 명예 회복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