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이 있어서는 안 될 온갖 곳에 이식되는 일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잔디깎이, 프린터, 챗봇, 심지어 장내 세균에서도 이 1993년작 슈팅 명작이 구동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무대는 윈도우에 30여 년간 내장되어 온 그림판(Paint)이다.
Tom's Hardware 보도에 따르면 DoomPaint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오리지널 셰어웨어 버전 《둠》을 실제로 그림판 안에서 구동시켰으며, 프레임률은 35FPS까지 나온다. 1990년대 PC 게임치고는 나쁘지 않은 수치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주도자의 정체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CTO 마크 루시노비치(Mark Russinovich). 그는 이 게임의 깃허브 페이지에 원리를 직접 설명했는데, 매 프레임 화면을 먼저 윈도우 클립보드에 올린 뒤 그림판 캔버스에 붙여넣어, 실제 문서 편집 행위처럼 만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림판은 자신이 '게임을 재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그저 끊임없이 붙여넣기 명령을 받을 뿐이며, 캔버스 위의 모든 색상 변화는 시스템 입장에서 사용자가 직접 붙여넣은 이미지 레이어로 인식된다. 이 깃허브 저장소에는 전체 리소스와 사용법도 함께 공개되어 있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그림판에서 이 게임을 돌려볼 수 있다. 사운드 효과와 음악까지 살아있어 단순한 무음 시연이 아니다.
《둠》 엔진은 원래부터 간결하고 효율적이기로 유명하며, 이것이 30여 년간 온갖 비전형적 플랫폼에 끊임없이 이식되어 온 이유이기도 하다. DoomPaint는 그 기묘한 목록에 한 줄을 더한 셈인데, 이번엔 아마추어 해커가 아니라 클라우드 인프라를 총괄하는 기술 임원이 직접 손을 댔다는 점이 기술적 디테일보다 더 흥미로운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