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앞에 놓인 그 술잔, 평소엔 화이트 와인이었다. 8월 19일 멕시코 아레나 몬터레이에서 로잘리아가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Sauvignon Blanc'을 부르기 전 늘 하던 의식을 준비하려던 순간, 손에 든 술병이 데킬라로 바뀌어 있었다.
이 곡의 고정 코너는 노래를 시작하기 전 화이트 와인을 한 잔 들이켜는 것. 이번에도 와인을 따르는 동작 자체는 그대로였지만, 노래는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 그녀가 배드 버니 'Safaera'의 오프닝 가사를 즉흥으로 부르기 시작하자 관객들이 거의 곧바로 따라 불렀고, 인트로 전체가 순식간에 떼창으로 변했다. 이 즉흥 순간은 팬 계정 'ROSALÍA SOCIETY'가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알려졌다.
'Safaera'는 배드 버니가 2020년 발매한 앨범 《YHLQMDLG》에 수록된 곡으로, Jowell & Randy와 Ñengo Flow가 피처링했다. 올해 초 그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 세트리스트에도 포함된 바 있다. 로잘리아와 배드 버니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사람이 함께한 'La Noche De Anoche'는 배드 버니가 같은 해 발표한 또 다른 앨범 《El Último Tour Del Mundo》에 수록됐으며, 2021년 2월에는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도 함께 출연한 적이 있다.
몬터레이 공연 정식 셋리스트에서 'Safaera'는 'La Perla' 다음, 'Sauvignon Blanc' 앞 순서에 배치됐다. 즉, 원래 화이트 와인 세리머니 자리였던 순간을 배드 버니 헌정 즉흥 열창으로 즉석에서 확장한 셈이다. 열창이 끝난 뒤에는 다시 원래의 화이트 와인 코너로 돌아갔다. 이날 공연에는 'Overture', 'Berghain', 'SAOKO', 'LA FAMA', 'DESPECHÁ' 등 《Lux》부터 이전 작품까지 아우르는 다수의 곡이 포함됐다.
이번 투어는 지난해 11월 발매된 그녀의 정규 4집 《Lux》 홍보를 위해 기획됐다. 이 앨범은 NME가 선정한 2025년 최고의 앨범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5월 로잘리아는 아이보 노벨로 어워드(Ivor Novello Awards) 수상 소감에서 음악계에 "백인 중산층 유럽인이 아닌"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려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