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DEZINE.

50년간 막혀 있던 지하 통로, 다시 열리다: 스기모토 히로시가 허쉬혼 조각공원의 잃어버린 길을 잇다

워싱턴 허쉬혼 미술관 조각공원이 4년간, 6800만 달러를 들인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10월 31일 재개장한다. 스기모토 히로시는 이번에 단순히 디자인만 맡은 게 아니라, 반세기 동안 막혀 있던 지하 통로까지 뚫어냈다.

Morgan Lee, Features Editor
50년간 막혀 있던 지하 통로, 다시 열리다: 스기모토 히로시가 허쉬혼 조각공원의 잃어버린 길을 잇다

거의 50년 가까이 막혀 있던 통로다. 지금 전시를 보러 오는 관람객 상당수보다도 나이가 많다. 워싱턴 내셔널 몰에 위치한 1974년 개관 미술관 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에는 원래 미술관 건물과 야외 조각공원을 잇는 지하 통로가 있었다. 하지만 이 통로가 폐쇄되면서 사람과 작품이 자리한 두 공간은 반세기 동안 단절된 채로 남아 있었다.

이번에 그 봉합을 맡은 사람이 바로 스기모토 히로시다. 일본 출신의 아티스트이자 건축가인 그는 앞서 허쉬혼의 로비를 새롭게 디자인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훨씬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맡았다. 4년의 시간과 68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1974년 개관 이래 가장 대대적인 단지 리노베이션을 완성한 것. 그는 건축가 Gordon Bunshaft가 설계한 오리지널 모더니즘 구조를 뒤엎는 대신, 그 뼈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하 통로를 다시 열어 미술관 건물, 중앙 광장, 조각공원이라는 세 공간을 처음으로 하나의 완전한 동선으로 연결했다.

10월 31일 재개장하는 조각공원은 부지 면적 1.3에이커로, 수용 규모를 기존보다 두 배로 늘려 최대 60점의 조각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됐다. 공간이 두 배가 되니 전시할 수 있는 작품 수도 두 배가 된 셈이다. 큐레이팅 방향도 명확하다. 한쪽에는 설립 기증자 Joseph Hirshhorn가 남긴 클래식 컬렉션—Auguste Rodin, Alberto Giacometti, Barbara Hepworth, Henry Moore 등 현대 조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들의 작품—을, 다른 한쪽에는 KAWS, Izumi Kato, Lauren Halsey, Raven Halfmoon 같은 동시대 작가들의 신작을 배치했다. 신구 작품이 같은 잔디밭 위에 나란히 놓이는 건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의 조각 언어가 마주 보게 하려는 의도적 배치다.

공원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사실 조각이 아니라, 중앙에 자리한 대형 리플렉팅 풀이다. 이 연못은 물을 완전히 비워 야외 공연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평소에는 하늘빛을 그대로 담아내는 수면이지만, 물을 빼면 곧바로 무대가 된다. 이렇게 용도를 전환할 수 있는 공간 설계는 '시간과 물질의 상태'에 대한 스기모토 히로시 특유의 관심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 물이 있고 없고에 따라 공간의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재개장 후 첫 전시는 《Yoshitomo Nara: Sentinels of Stillness》로, 상설 전시된 조각 작품들과 함께 병행 전시될 예정이다. 새롭게 정비된 이 공원에 명확한 서막을 던지는 셈이다. 먼저 공간 자체가 말하게 하고, 그다음에 동시대 작가들이 이야기를 이어가는 구조다.

현재 공개된 정보는 리노베이션 규모, 재개장 일정, 전시 라인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티켓 및 투어 관련 세부 사항은 아직 추가로 발표되지 않았다.

관련 기사

크리스티가 초대한 의자 50개: Basic.Space가 디자인 경매를 컬렉터의 개인 거실로 바꾸다
Art

크리스티가 초대한 의자 50개: Basic.Space가 디자인 경매를 컬렉터의 개인 거실로 바꾸다

Basic.Space가 크리스티 베벌리힐스에서 「50 Chairs at Christie's」를 기획, Eames와 Joe Colombo 등 클래식과 동시대 디자이너 작품을 나란히 배치한다. 9월 25일부터 30일까지 전시되며 플랫폼을 통해 판매된다.

이시하라 우미, '야행성 동물'을 시부야 클럽 밖으로 풀어놓다… 롱테이크로 담아낸 도쿄 거리
Art

이시하라 우미, '야행성 동물'을 시부야 클럽 밖으로 풀어놓다… 롱테이크로 담아낸 도쿄 거리

이시하라 우미의 신작 'Nocturnal Melody'는 도쿄 두 댄서의 밤과 정체성을 기록한 작품으로, 일본 야생곰 출몰 뉴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맨체스터와 부산비엔날레를 순회할 예정이다.

프레디 머큐리의 야마하 C3 피아노 경매에 나온다, 추정가 52만 8천 달러
Art

프레디 머큐리의 야마하 C3 피아노 경매에 나온다, 추정가 52만 8천 달러

뮌헨 뮤직랜드 스튜디오에서 《The Game》《Hot Space》를 녹음한 이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는 Propstore 경매에 출품되며, 머큐리의 스튜디오 마이크와 육필 원고도 함께 나온다.

케니 샤흐터가 말하는 아트씬의 혼란: 불평 그만하고 뭐라도 하라
Art

케니 샤흐터가 말하는 아트씬의 혼란: 불평 그만하고 뭐라도 하라

아티스트이자 평론가, 큐레이터인 케니 샤흐터가 Hypebeast의 「State of Art」 인터뷰에서 30년간 폴 텍(Paul Thek)에게 품어온 애착을 통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조언에 답했다. 아트씬을 불평하기보다는 직접 뭔가를 해보라는 것.

벤 퀄티(Ben Quilty) 뉴욕 첫 개인전 《Devil/God》: 자동차를 남근 숭배로, 성모상을 체벌 가죽에 꿰매다
Art

벤 퀄티(Ben Quilty) 뉴욕 첫 개인전 《Devil/God》: 자동차를 남근 숭배로, 성모상을 체벌 가죽에 꿰매다

호주 화가 벤 퀄티(Ben Quilty)가 뉴욕 albertz benda에서 개인전 《Devil/God》을 연다. 두텁게 쌓아 올린 유화와 조각으로 남성성 숭배, 종교 권력, 생태 붕괴를 정면으로 짚는 이 전시는 2026년 10월 15일 개막한다.

오가와 요헤이, 트레이딩 카드 첫 도전 《Green Cow Garden》 팝업스토어 홍콩 BELOWGROUND 입점
Art

오가와 요헤이, 트레이딩 카드 첫 도전 《Green Cow Garden》 팝업스토어 홍콩 BELOWGROUND 입점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오가와 요헤이가 홍콩 BELOWGROUND에서 137종 트레이딩 카드 첫 출시 기획을 선보인다. 1.4미터 BG Bear 조형물이 현장을 지키는 가운데, 그는 포켓몬 카드를 구하지 못한 자신의 난처했던 경험도 이례적으로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