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상으로 2026년은 KATSEYE 커리어에서 가장 화려한 해가 됐어야 했다. 첫 그래미 노미네이트, 대표작으로 꼽히는 몇 번의 라이브 무대, 그리고 곧 시작될 티켓 매진급 투어까지. 하지만 같은 해, 멤버 Manon은 2월부터 외부에서 이런저런 말이 끊이지 않았던 장기 휴식에 들어갔고, 지난주에는 리더 Sophia도 정신 건강을 이유로 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커리어 그래프는 상승 곡선을 그리는데 그룹 내부는 오히려 흔들리고 있다—그리고 세 번째 EP 《Wild》는 마치 이 모순된 상태를 그대로 음악으로 옮겨놓은 듯 들린다.
《Wild》는 원래 HYBE x Geffen이 만든 이 글로벌 걸그룹의 방향성을 확실히 정리해,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를 리스너들에게 분명히 보여줬어야 할 작품이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오히려 어느 쪽으로도 확실히 선택하지 못한 앨범에 가깝다. 4월에 발매된 싱글 《Pinky Up》은 작년 《Gnarly》의 의도적인 인터넷 밈 화법과 뇌를 때리는 일렉트로닉 비트 노선을 이어가지만, 《Gnarly》 특유의 거침없는 느낌은 사라졌다. Sophia가 "I love you, you love me / We batshit, oui, oui"라고 부르지만, 실질적인 임팩트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Hootie Fruitti》는 EP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다—브라질리언 폰크와 하이퍼팝을 섞은 비트 위에서 다섯 멤버가 번갈아 "$20 smoothies in LA", "mochi drenched in chocolata"를 부르고, 중간에 포르투갈어 가사도 섞여 있어 KATSEYE의 글로벌 문화적 스펙트럼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뚜렷이 보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곡이 정말 듣기 좋고 기억에 남는다는 점이다.

한편 이 EP는 너무 멀리 나가지 않으려고 일부러 안전지대로 후퇴한 듯한 느낌도 준다. '안전한 팝의 대명사' Ed Sheeran이 참여해 만든 《Animal》은 예쁘지만 평이한 레트로 팝 곡으로, 듣고 나면 딱히 남는 게 없다. 《That Way》는 그보다는 조금 나은 편으로, KATSEYE는 슬로우한 슬라이드 리듬 위에서 "If you wanna dance, you better get your hands, and put them in the right spot"라며 선을 긋는데, 이는 앨범 전체에서 몇 안 되는 태도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Bel Air》는 가볍고 서정적인 곡으로, 웅웅거리는 저음 베이스라인과 느리게 흘러가는 드럼 비트 위에서 관계가 끝나가는 걸 알면서도 떠날 힘을 찾으려는 감정을 그린다. 특별히 인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앨범의 완급 조절용 곡으로는 나쁘지 않게 들린다.
앨범을 다 듣고 나서도 KATSEYE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진짜 데뷔 정규 앨범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만약 《Wild》가 그 과정에서의 중간 점검이었다면, 이번 시험 성적표는 '안전함'과 '나름의 시도' 양쪽에서 각각 조금씩 점수를 땄을 뿐, 어느 쪽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Wild》는 HYBE x Geffen을 통해 2026년 8월 14일 발매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