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냉장 진열대에 놓인, 안전 검사 합격 라벨이 붙은 우유 한 팩.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는 이 장면을 AI 규제 현실과 비교하는 데 사용했다. 그는 ITV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지금 여러분 집에 있는 세탁기가 AI보다 더 많은 안전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보는 우유 한 팩마저도 안전 규칙과 검사를 거쳐야 하니까요."
이 발언의 배경에는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입장과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미국 AI 업계의 현실이 있다. 앤트로픽(Anthropic), OpenAI, 구글 산하 딥마인드(DeepMind) 등은 AI 발전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은 정반대다. 그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려면 미국 AI 산업이 오히려 속도를 더 내야 하며, 규제는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한 이른바 '슈퍼인텔리전스' 정상회담에서는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메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OpenAI 사장 그렉 브록먼(Greg Brockman),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 엔비디아 CEO 젠슨 황(Jensen Huang) 등 AI 업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협약에 서명했다. 협약에는 업계가 자체적으로 안전 기준을 마련하고, 최첨단 모델의 폭주를 막는 안전장치를 두며, 모델 성능을 평가할 '독립 감사관'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협약은 전적인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한 비판자는 이것이 결국 기업들이 "무엇이 안전한지를 스스로 정의"하도록 내버려두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비판자는 "이 협약은 주의를 돌리기 위한 눈속임으로 보고 그냥 무시해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스미스는 시선을 대서양 건너편으로 돌렸다. 그는 미국의 규제 지연이 오히려 영국에게 독자적인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고 봤다. "워싱턴 D.C.에서 영국과 런던을 바라보는 시각은 브뤼셀을 바라보는 시각과는 다릅니다. 이건 사실 일종의 강점이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저는 이것이 기업으로서 마이크로소프트가 할 수 있는 역할이길 바라고, 동시에 국가로서 영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길 바랍니다. 이런 모델들이 전 세계 사이버 안보를 위협할 만큼 강력해진 지금, 저는 '이제 때가 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