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어느 화장실에서 새벽에 휴대폰에 대고 리프를 흥얼거리던 순간——이것이 Serena Cherry가 이 앨범을 써 내려간 방식이다. 그녀는 영국 메탈 밴드 Svalbard의 전 보컬로, 최근 몇 년간 개인 프로젝트 Noctule을 이끌며 투어 사이사이 짬을 내 곡을 만들어왔다. 흩어진 음성 메모들을 이어 붙여 블랙메탈과 멜로데스가 뒤섞인 지옥의 사운드트랙 한 장을 완성한 것이다.
Noctule의 신작 앨범 《Extinguish Thy Flame》은 9월 25일 발매되며, 테마는 게임 《엘든 링》이다. 2022년 출시 이후 판매량 3000만 장을 돌파한 이 다크 판타지 게임은 Cherry에게 단순한 영감의 원천을 넘어서는 존재였다. 그녀는 NME에 이렇게 말했다. "이 앨범은 제 목숨을 구해준 게임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에요. 게임이 나오기 전 저는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었는데, 이 게임이 목표와 힘을 줬어요."
Animal Crossing이나 Stardew Valley처럼 플레이어에게 숨 돌릴 틈을 주는 힐링계 게임과 달리, Cherry는 《엘든 링》의 감추지 않는 절망감을 사랑한다. "어떤 예술은 무자비할 정도로 어두워야 해요," 그녀가 말했다. "때로는 그냥 어둠 속에 앉아 있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게임 속 거의 이길 수 없는 보스전들은 오히려 그녀에게 '건강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일종의 고집을 심어줬고, 이 고집은 헬스장에서도, 곡을 쓰는 작업에서도 이어졌다.
앨범 오프닝 트랙 〈Welcome To Limgrave〉는 게임 초반 오픈월드 맵을 연상시키며, 이후 각 곡은 보스 한 명씩과 대응된다. 게임 속 보스는 200명이 넘지만, Cherry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몇몇만 골라 다뤘다. 싱글 〈Goddess Of Rot〉은 검을 휘두르는 비극적 캐릭터 Malenia를 그린 곡으로, "그녀는 그렇게 비극적이면서도 여전히 반항적으로 충성스러워요. 그 충성심이 결국 벌이 되어버리는 지점이 저와 정말 공감됐어요." 〈Lord Of Blood〉는 거대한 뿔을 가진 괴물 Mogh에게, 다른 한 곡은 가문에서 추방당한 반신 Morgott에게 바쳐졌다. "이건 저 자신을 반영한 거예요——많은 순간, 저는 메탈씬에 진짜로 속해 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거든요." Cherry는 과거에도 헤비 음악 씬 내 성별 불평등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번 신작은 Cherry가 지난달 15년에 달하는 Svalbard 활동을 마무리한 이후 처음 발표하는 곡들이다. 그녀는 밴드 해체가 재정과 생활의 현실적 문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중소 규모 밴드로 활동한다는 게 정말 민망할 정도예요. 계속 앨범을 내고 투어를 돌아도 돈이 안 벌리니까 다들 본업으로 버텨야 하죠. 그 균형을 맞추는 게 점점 사람을 갉아먹었고, 우리 창작에도 악영향을 줬어요. 그래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끝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그녀는 《Extinguish Thy Flame》에 대해 "뭔가 증명해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앨범 전체 보컬 녹음은 Cherry가 하룻밤 만에 끝냈다. "Svalbard에서는 부스 안에서 자주 울었어요. 하지만 Noctule을 할 때는 허리를 곧게 펴고 서서 그로울을 내질러요. 어떤 창작의 순간들은 자신이 더 커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줘요." 그녀는 이 앨범이 더 많은 메탈 팬들이 《엘든 링》을 플레이하게 만드는 것뿐 아니라, 듣는 이들이 그 안에서 "싸울 수 있다는 감각과 용기"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