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매장에서 거울은 전신 룩을 확인하기 위한 도구다. 하지만 Rikky Hype 키이우 플래그십에는 거친 플라스터 벽면에 박혀 있는, 금이 간 거울이 하나 있다. 이는 파손이 아니라 디자인팀 Temp Project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들은 160제곱미터 규모의 이 매장에서 거울 표면이 피팅룸의 부속품이 아니라 건축적 표면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다.

매장은 키이우의 주요 대로 중 하나인 흐레샤티크(Khreshchatyk)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역사적인 베사라비안 시장(Bessarabian Market)을 마주한 전후(戰後) 건물 안에 자리한다. Anastasiia Tempynska가 이끄는 Temp Project 팀이 이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기존 실내 레이아웃은 전면 해체 후 재구성되었다. Rikky Hype가 이 공간에 남성복, 여성복, 스포츠 라인, 이너웨어, 수영복, 액세서리까지 모두 담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품목이 워낙 다양했던 만큼 동선 설계가 최우선 과제였다. 팀은 여러 평면 계획을 시도한 끝에, 입구에서 리셉션 카운터와 결제 공간, 액세서리 디스플레이를 먼저 마주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중앙 라운지가 있고, 그 뒤로 각 라인별 진열 구역이 나뉘며, 가장 안쪽에 피팅룸을 배치하는 동선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갈라지는 거울, 변색되는 메탈: Rikky Hype 키이우 플래그십이 '불안정함'을 매장 언어로 만들다

이 매장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소재 간의 대비다. 거친 플라스터 벽면은 부드러운 코르크와 짝을 이루고, 곡선의 조각적인 가구는 강철 구조물과 금속 메시와 뒤섞인다. 산업적인 질감과 부드러운 촉감이 나란히 놓여 서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가솔린처럼 빛나는 펄 메탈 소재다. 이 마감 처리는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도록 만들어졌으며, 사람이 매장 안을 걸어 다닐 때 벽면과 결제 구역의 회전형 거울이 함께 작동해 공간 자체를 정적인 배경이 아닌 움직이는 화면으로 바꿔놓는다.

디자인팀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시그니처 컬러나 패턴으로 벽면에 그대로 옮기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질감, 왜곡, 반사라는 요소들을 공간 자체의 논리로 풀어냈다. 통유리 쇼윈도는 시장 상인들, 직장인들, 크리에이티브 업계 사람들이 오가는 바깥의 일상적인 풍경을 프레임 안에 담아내며, 매장 안팎이 하나의 언어로 이어지도록 했다. 이 프로젝트는 Temp Project의 Mariia Yaremenko와 Liuba Andreeva가 함께 참여해 설계했으며, 완공 후의 모습은 사진작가 Yevhenii Avramenko가 기록했다. 오픈 일자나 공사비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