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편함에는 "스파이더맨"에게 보낸 편지 한 통이 놓여 있다. 수신 주소는 뉴욕 퀸즈 잉그램 스트리트 20번지(20 Ingram St.). 그 편지를 열어보는 사람은 64세의 Jack Shi, 3년 전 포레스트 힐스(Forest Hills)에서 단순히 살 집을 구하던 중국계 남성이다.

《New York Post》 보도에 따르면, Jack Shi는 이 집을 구입할 당시 이곳이 마블 만화에서 피터 파커(Peter Parker)와 메이 숙모(Aunt May)의 집으로 설정된 장소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이사한 뒤 서서히 알게 된 사실은, 구글 맵이 이 주소를 아예 "Spider-Man's Home"으로 표시해두었다는 것. 스파이더맨 관련 명소를 검색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내비게이션을 따라 그의 집 앞까지 오게 되는 셈이다.

그렇게 그의 일상에 새로운 풍경이 하나 더해졌다. 낯선 이들이 집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 것. 이 팬들은 미국 전역에서뿐 아니라 아일랜드, 영국, 이탈리아 등 먼 곳에서도 찾아온다. 목적은 오직 하나, 평범해 보이는 이 집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을 남기는 것. Jack Shi의 반응은 간단하다. 예의를 갖춰 부탁하면 대체로 막지 않는다는 것. "스파이더맨의 집에 살게 된 이상, 어느 정도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다.

그 책임에는 편지를 열어 확인하는 일도 포함된다. 사우스다코타에 사는 아이 Julius는 지난 4월 이렇게 물었다. "스파이더맨, 당신은 어떻게 그런 일들을 해내나요? 예를 들면 세상을 구하는 일 같은 거요." 또 다른 아이 Cooper는 대뜬 초대장을 보내 스파이더맨을 집으로 초청해 함께 TV를 보자고 했다. 데드풀도 초대 명단에 슬쩍 끼워 넣었다. 네브래스카에 사는 Kannon 가족은 정식 초대장을 보내, 아이의 다섯 번째 생일 파티에 스파이더맨이 와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거리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30년째 이 동네에 살고 있는 76세 은퇴 형사 Frank Torres는, 잉그램 스트리트 20번지 인근에 실제로 파커(Parker)라는 성을 가진 주민이 살았던 적이 있으며, 그 주민이 직접 그 이야기를 자신에게 해줬다고 말한다. Torres는 이를 두고 만화 창작자가 이 동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추측하지만, 피터 파커라는 이름이 실제로 이 집에서 따온 것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 지금까지는 어디까지나 동네 주민들 사이의 설에 머물러 있다.

Torres에 따르면, 새로운 스파이더맨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이 동네는 또 한 차례 순례 열풍에 휩싸이며, "스파이더맨의 집이 정말 여기 있느냐"고 직접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톰 홀랜드가 주연한 영화 시리즈에서는 피터 파커의 활동 무대를 퀸즈 서쪽의 아스토리아(Astoria)와 롱아일랜드시티(Long Island City)로 설정했다는 것. 반면 포레스트 힐스에 있는 이 집은 사실 만화의 원조 설정 속 주소에 훨씬 더 가깝다. 만화 팬들에게는 바로 이 차이가, 영화 속 배경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