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오피스 빌딩 한 채, 생화학 테러 공격 한 건, 수직 공간에 갇힌 생존자들—이것이 연상호 감독의 신작 《Colony》의 무대다. 전 세계 관객을 좀비물로 울린 이 한국 감독은 이번엔 무대를 질주하는 열차에서 정지된 고층 건물로 바꿨지만, 그가 진짜 파헤치고 싶은 건 언제나 같다. 극한의 압박 속에서 개인이 집단에 얼마나 잠식당할 수 있는가.
2016년 《부산행》이 칸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뒤 호평이 쏟아지면서, 연상호는 박찬욱, 봉준호, 나홍진 같은 한국의 명감독 반열에 올랐다. 극 중 공유가 연기한 일 중독 아버지가 좀비 창궐 열차 안에서 딸(김수안 분)을 지키는 이야기는 관객을 울리고 동시에 공포에 떨게 했다. 이후 그는 애니메이션 프리퀄 《서울역》과 속편 《반도》를 연이어 내놓았다. 이번 《Colony》는 같은 세계관에 속하지 않는, 그의 네 번째 좀비 소재 작품이다.
《Colony》의 설정은 한 생명공학 테러리스트가 과학 학회에서 병원체를 방출해 인류를 '개량'하려 한다는 이야기다. 극 중 악역을 맡은 구교환은 광기 어린 과학자일 뿐 아니라, 자원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 무리와 텔레파시 같은 연결을 형성한다. 연상호는 이야기 대부분을 상업용 빌딩 안에서 벌어지게 한 이유를 NME에 이렇게 설명했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신경 쓰지 않게 되고, 유리 용기 안의 것만 분석하게 된다." 그는 건물 전체를 실험실의 유리병처럼 다뤘고, 생존자들은 관찰당하는 표본이 된다.
연상호는 원래 좀비물을 다시 만들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가 진짜 쓰고 싶었던 건 "디지털 정보 과잉 시대에 개인의 정체성이 점점 옅어지는" 이야기였다. 이 구상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을 함께 작업한 각본가 최규석과의 논의를 거친 뒤에야 좀비물의 형식으로 구체화됐다. "우리는 집단성이라는 주제를 더 깊이 파고들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지금처럼 정보가 초고속으로 오가는 방식이 인간의 개별성을 잠식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서울역》 《돼지의 왕》 《사이비》를 포함한 그의 작품들이 흔히 비관적이고 어둡다는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연상호는 이 꼬리표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인터뷰에서 일본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소설 《일식》 서문에서 남긴 한 구절을 인용했다. 인간은 내면의 악마적 측면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자신의 인간성을 말하거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카프카와 이솝 우화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언급했는데, 이는 왜 그의 캐릭터들이 위험한 선택을 내리는 순간에도 언제나 파멸과 성장이라는 이중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지를 설명해준다.
한국 좀비물이 왜 독보적인지에 대해, 연상호는 그 핵심이 장르의 혼합과 메시지의 명확함에 있다고 본다. "《부산행》은 좀비물이지만 동시에 재난 영화, 액션 영화, 가족 드라마이기도 하다"고 그는 말했다. "여러 장르를 동시에 섞을 수 있다." 그래서 열차 안 좀비 창궐을 다룬 영화가 결국 관객들 머릿속에 남는 건, 스릴러 장면들의 나열이 아니라 한 아버지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네 편의 좀비 소재 작품을 만든 게 이제 지겹지 않냐는 질문에, 연상호는 여전히 한결같은 입장으로 답했다. "좀비물은 동시대 사회 문제를 그려내는 가장 좋은 방식이다." 《Colony》는 8월 28일 영국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며, 다른 지역의 개봉 정보는 이번 인터뷰 내용에서 언급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