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젤은 에스파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그룹의 세계관을 어떻게 설명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린 진짜가 아니에요. AI거든요." 웃으며 이렇게 말한 것과 달리, 인터뷰 후반부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흘러갔다. 지젤 스스로 아이돌로 산다는 것이 "매우 비현실적이고, 내가 믿는 많은 것들과 어긋난다"며, 그럼에도 솔직하려 노력하는 것이 이 일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 반전이야말로 어떤 홍보 문구보다 지금 에스파의 상태를 잘 설명해준다.
인터뷰는 공연 전날 아침, 시카고의 한 호텔 스위트룸에서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이 민낯으로 진행했다. 이번이 에스파의 첫 롤라팔루자 무대이자, 미국 대형 뮤직 페스티벌 출연으로는 네 번째다. 올해 롤라팔루자는 폭우와 그랜트 파크 침수로 일정이 꼬였고, 릴 우지 버트의 공연은 급하게 취소됐다. 네 멤버는 인터뷰 전날 비를 맞으며 스매싱 펌킨스 무대를 관람했고, 찰리 XCX 공연 막바지에도 맞춰 도착했다고 밝혔다. 닝닝은 키 큰 남성 관객이 시야를 가렸는데, 이를 알아챈 그가 자리를 양보한 것은 물론 손목에 차고 있던 밴드까지 선물로 줬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번 미국 방문은 2020년 〈Black Mamba〉로 데뷔한 에스파가 SM엔터테인먼트 체제 아래 두 번째 정규앨범 《Lemonade》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 이뤄졌다. 이 앨범은 5월 말 발매됐으며 총 10곡이 수록됐다. 다음 날 열린 롤라팔루자 무대에서는 수록곡 대부분을 선보였고,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과의 깜짝 협업 무대도 예정되어 있었다. 지젤은 〈Camouflage〉를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으며 녹음할 때 살짝 "베이비 보이스"를 넣었다고 밝혔다. 카리나는 〈My Plan〉을 선호한다며, 곡 안에 태엽 인형 같은 사운드 디테일이 들어있다는 점을 특히 언급했다.
비 내리는 무대 앞, 그녀들이 가장 걱정한 곡은

안무야말로 네 멤버가 진짜 긴장하는 부분이다. 〈Switchblade〉는 풋워크 비중이 커서 지젤은 비 오는 날 추면 엉망이 될까 걱정했지만, 카리나는 오히려 현장 분위기가 가장 뜨거워지는 곡이라며 이 무대를 가장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신 카리나는 〈Black Mamba〉를 걱정했는데, 안무 중 바닥에 엎드리는 동작이 있어 몸이 젖은 채로 추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윈터는 데뷔곡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것을 오히려 기대했지만, 닝닝과 마찬가지로 〈Hold On Tight〉는 걱정했다. 이번 공연 버전은 편집이 더 빨라졌는데, 두 사람 모두 "넘어지면 밈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언급했다.
음악 취향에 대해서는, 지젤이 최근 디지코어 아티스트 자요크(zayok)에 빠져 있으며 LA에서 직접 만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공연 전에는 옛날 영 써그와 픽시스의 〈Where Is My Mind〉를 들으며 기운을 낸다고 했다. 카리나는 R&B와 재즈를 선호하며, 공연 전후에는 가사 없는 클래식 음악으로 전환해 마음을 가라앉힌다고 말했다. 닝닝은 최근 바네사 칼튼의 〈A Thousand Miles〉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영화 《화이트 칙스》를 막 봤기 때문이라고. 무대 전 루틴도 소박한 편이다. 지젤과 닝닝은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몸을 푸는 습관이 있고, 이번에는 무대 전 한 잔 마실지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 카리나는 공연 중에는 에너지를 유지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독서로 마음을 가라앉힌다고 전했다.
아이돌로 사는 것의 가장 좋은 점과 가장 힘든 점을 묻는 질문에, 네 멤버의 답변은 서로 겹치지도, 서로를 대신 감싸주지도 않았다. 윈터는 무대에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동시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공연 자체가 자기만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카리나는 데뷔 당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그룹 곡이 온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는 점을 꼽으며, 이제야 조금씩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닝닝은 진짜 자신의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답했다. 지젤은 이 말에 공감하며, 아이돌로 산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매우 비현실적"이며, 그 역할 안에서 솔직함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