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시장 인근의 오래된 극장이 상영작을 바꾸는 리듬을 서점, 전시, 시각 디자인으로 가져온다. 1959년 개관한 남대문극장은 올해 기존 주소인 중구 남대문시장길 25-8에서 복합 문화공간으로 전환했다. 10월 26일 새 디자인 기사는 그 변화를 소개한다. 워크룸이 극장과 로테크 하이파이 서점의 갱신 가능한 표지를 디자인했고, 3·4층의 ‘세계문학이라는 세계’ 전시는 2026년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오래된 장소의 새로운 쓰임이지 오늘 다시 문을 열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화관 상영 안내를 한글 모듈로, 간판은 어떻게 바뀔까?
극장과 서점의 그래픽 디자인은 모두 워크룸이 맡았다. 극장 표지는 실제 목활자에서 모은 글자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며 공간 곳곳에 액자 같은 알루미늄 프레임을 쓴다. 새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안의 내용을 갈아 끼울 수 있다. 장소를 하나의 영구 포스터로 고정하지 않고 전시 시스템이 프로그램과 함께 움직이도록 해, 과거 영화관이 상영작 제목을 바꾸던 방식과 연결한다.
서점 간판은 슬기와 민이 디자인한 한글 서체 ‘원형체’의 자모를 각각 정사각형 모듈에 놓아 조합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영화관 리더보드의 작동 방식을 빌리되 라틴 문자 형식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한글 자모가 격자 안에서 어떻게 배열되는지를 다룬다. 프레임이 만드는 그림자까지 고려해 자모를 원래 크기의 90%로 줄여 구조 자체도 판독의 일부가 되게 했다. 이 90%는 글자 비례이지 간판 전체 치수를 뜻하지 않는다.
로테크 하이파이 간판은 한글 자모 모듈로 영화관 리더보드의 형식을 잇는다.
로테크 하이파이는 왜 낮은 기술과 높은 충실도를 함께 놓을까?
‘로테크 하이파이’라는 이름은 낮은 기술의 제작과 높은 해상도의 지각을 나란히 둔다. 책은 종이와 잉크처럼 단순해 보이는 재료로도 복잡한 이야기와 지식을 담는다. 서점은 이 가능성을 큐레이션의 관점으로 삼으며 낮은 기술을 낮은 품질로 여기지 않는다. 극장이 기획을 바꾸듯 서점도 주제 진열을 조정해, 재방문 때 같은 책줄만 보는 대신 다른 편집과 분류 방식을 만나도록 한다.
사진 속 격자 간판, 방향 안내와 층별 정보는 각기 다른 일을 맡는다. 입구는 장소의 이름을 알리고 실내 표지는 이동을 이끌며 전시는 출판물을 보는 대상으로 만든다. 예전 스크린 중심의 경로가 책과 큐레이션으로 향하도록 바뀌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층이 하나의 전시 구역이거나 영화 상영이 고정 시간표로 재개됐다는 뜻은 아니다. 활동을 계획할 때는 현재 프로그램을 확인해야 한다.
실내 방향 표지는 기존 프레임 안에서 이미지와 글을 갱신할 수 있게 구성했다.
‘세계문학이라는 세계’에서는 무엇을 볼까? 층과 운영 일정부터 확인
3·4층 개관전 ‘세계문학이라는 세계’는 수집한 세계문학 총서를 전체 발간 규모에 따라 10권, 30권, 50권, 100권 등의 묶음으로 보여준다. 출판사의 권수 경쟁이 아니라 총량, 분류, 수납, 표지와 시각 언어를 통해 편집자의 문학관, 독자가 수집하고 읽는 조건을 살피는 시도다. 디자인 기사는 참여자 14명을 소개하며 기획은 남대문극장, 윤율리, 워크룸 프레스, 건축 설계는 조현석으로 명시한다.
공지된 종료일은 12월 31일이며 장소는 서울시 중구 남대문시장길 25-8 남대문극장 3·4층이다. 주소가 확인됐다고 매일 모든 층이 같은 시간에 여는 것은 아니다. 특히 월요일 방문을 계획한다면 남대문극장 공식 소식에서 당일 휴관 여부와 입장 조건, 프로그램 변경을 먼저 확인하자. 바꾸는 간판과 알루미늄 프레임부터 본 뒤 책 시리즈의 배열에도 시간을 남기면, 새 기사 소개를 오늘 모든 서비스가 열린다는 보장으로 오해하지 않고 계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