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충동 디자인하우스가 평소 잡지를 만들고 회의하던 사옥을 창립 50년 전시장으로 바꾼다. 《막, 크리에이티브!》는 10월 27일부터 11월 25일까지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되며, 18팀 26인의 창작자가 가구와 그래픽, 공간, 공예, 음식을 건물에 들인다. 10월 26일은 미디어 데이여서 개막 소식을 봤다고 오늘 일반 관람객이 바로 입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디자인 산책은 27일부터의 평일 관람 시간에 맞춰 계획해야 한다.
막은 한 가지 모양보다 먼저 손을 움직이는 태도
‘막’은 막걸리와 막국수, 일상의 투박한 막사발 같은 말에서 만난다. 이번 전시는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기보다 재료를 섞고 다시 시도하는 정신을 가져오며, 거친 것을 아무렇게나 하는 일과 같게 보지 않는다. 매끈한 브랜드 전시에 익숙한 사람에게도 다른 질문을 연다. 작품의 질서는 어디서 생기고, 실패와 남은 재료, 직관도 디자인 방법이 될 수 있을까?
그래픽 팀 일상의실천은 다른 형태와 질감, 색면을 ‘막’ 글자에 조합해 포스터 세 종류와 로고, 외벽 디자인으로 확장했다. 분홍 털 글자, 교차하는 색 선, 자유로운 기하 형태는 모든 작품에 같은 양식을 입히는 대신 불일치를 시각 주제로 만든다. 영문 Mak 로고타입의 세리프와 산세리프 결합도 전통과 현대를 한 정체성 안에 둔다.
다채로운 도형과 Mak 글자로 50년을 표현한 공식 외벽 디자인 홍보 이미지.일상의실천이 만든 세 종류의 행사 포스터가 기하 형태, 분홍 털, 색 선으로 막을 표현한다.
업무 공간에서 전시장으로, 재료와 용도를 함께 바꾸다
승효상이 설계한 사옥 자체도 감상의 일부다. 입구와 정원, 회의실, 카페 등 17개 공간을 동선으로 엮으며 별도의 화이트 큐브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다. 일하던 방을 따라 이동하며 물건이 기존 창밖 풍경과 복도, 크기에 어떻게 놓이는지 살피면 개별 완성품을 보는 것을 넘어 일상 공간의 재사용을 이해할 수 있다.
박길종은 카페에서 버린 테이블 세 개와 이전 프로젝트의 남은 재료를 조합하고, 스케치로만 있던 자전거 거치대를 실물로 만든다. 백종환은 전통 사방탁자에서 출발해 지지점과 구조를 바꾸며 삼방·오방이 어떤 다른 균형을 이루는지 생각한다. ‘먼저 시도하기’를 알아볼 수 있는 재료와 구조로 옮겨 재사용과 개조가 구호에 머물지 않게 하는 사례다.
옷 조각, 거리의 감각, 음식이 몸으로 디자인을 연결
김은하는 헌 옷과 원단 자투리를 현대의 생일상으로 바꿔 전통 과자와 케이크 등을 섬유 오브제로 해석한다. 최중호는 새 가구와 직접 디자인한 스피커, 그래픽과 거리의 요소를 같은 공간에 놓는다. 옷에 남은 기억, 앉는 동작, 음악을 듣는 습관에서 공예와 형태, 재료로 이어지므로 디자인사를 모두 알아야만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소는 서울 중구 동호로 272이며 평일 10:00~18:00 운영, 토·일은 쉰다. 예약은 네이버 예약에서 할 수 있다. 일하는 공간의 전환 자체가 전시의 일부여서 보통 미술관처럼 주말 방문을 계획하면 맞지 않는다. 그래픽과 가구, 건축을 함께 보려면 운영일부터 확인하고, 같은 ‘막’이 창작자마다 서로 다른 크기와 표면, 쓰임으로 달라지는 과정을 비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