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눈을 가리고, 의자가 빈 방을 향하며, 호랑이가 달빛 속에 숨는다. 이미지는 답보다 먼저 도착하곤 한다. Ora-Ora의 20주년전 “The Hunch”는 사이러스 람프레흐트(Cyrus Lamprecht·林靖風)가 기획해 2026년 10월 14일부터 11월 14일까지 홍콩 타이퀀에서 열린다. 작가 아홉 명이 인물, 풍경, 동물, 추상을 통해 직관과 믿음, 불확실성에 응답한다. 모든 작품에서 단 하나의 이야기를 찾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
Hunch의 두 의미: 몸을 굽히는 자세와 내면의 예감
영어 hunch는 신체 자세와 내면의 예감을 함께 가리킨다. 앞으로 몸을 굽히는 동작이면서, 뒷받침할 근거가 없어도 반복해서 떠오르는 직관이기도 하다. 기획자는 이를 “Solitude Trilogy”에 이은 장기 기획 “Ambiguity”의 첫 장으로 삼는다. 의미를 맞히는 일에서 아직 이해하지 못해도 관찰을 계속하는 일로 시선을 옮기는 틀이다. 2006년 홍콩에서 설립한 갤러리에는 20주년이 수묵에서 여러 매체로 확장해 온 과정을 돌아보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진주의 “Visible-Veil”은 2024~2025년 작품으로 110×81cm다. 표백하지 않은 면 위에 수제 Leejeongbae black, 분말 안료, 동물 가죽 아교와 물을 사용한다. 넓은 검은 배경 속 인물은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불규칙한 구멍이 난 흰 얇은 판을 들고, 그 구멍 안에는 또 다른 손이 나타난다. 가림과 드러냄, 접촉이 같은 화면에서 교차한다. 손가락과 흰 판의 가장자리를 따라 시선을 옮긴 뒤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진주, Visible-Veil, 2024~2025년, 110×81cm.
실내와 달빛 속 동물은 어떻게 인식을 늦출까
웡쯔와이(Wong Sze Wai·黃詩慧)의 2023년 작품 “Odyssey”는 100×100cm다. 먹, 수성 색료, 안료, 점토와 모래를 포함한 재료를 사용했다. 청회색 실내에 원탁, 붉은 의자, 어두운 인물상, 선명한 파란 식물 형태의 선이 병치되어 익숙한 가구에 비례와 배치를 통한 낯선 거리를 만든다. 청칫얀(Cheng Chit Yan·鄭喆欣)의 2026년 캔버스 유화 “Unvisited Coast”는 40×60cm로 화분과 빈 의자, 창밖 바다가 또 다른 실내를 이룬다. 두 작품에서 색이 사물에서 공간으로 시선을 이끄는 방식을 비교할 수 있다.
샤오쉬(Xiao Xu·蕭旭)의 “Under the Moon”은 2020년 종이에 먹으로 그린 84×59.5cm 작품이다. 낮은 명도의 회청색이 화면을 이루고 꽃가지와 바위 사이에 입 벌린 호랑이가 보이며, 흰 꽃이 어두운 부분을 작은 빛처럼 가로지른다. 먼저 호랑이를 본 뒤 가지를 따라가는 순서와 달빛을 알아본 뒤 동물을 찾는 순서는 다르다. 호랑이를 곧바로 어떤 우화의 상징으로 고정하기보다 자세, 주변 공간, 종이 위에 흩어진 밝은 점을 먼저 살필 수 있다.
Xiao Xu, Under the Moon, 2020년, 종이에 먹, 84×59.5cm.
목판 유화에서 타이퀀까지, 방문 시간 확인
치노 응(Chino Ng·吳國璋)의 “444”는 2026년 나무에 그린 유화이며 표기 크기는 26.4×33cm다. 연한 회청색 화면에 부드럽고 흐릿한 어두운 형상이 모이고 흩어지며, 앞선 작품의 비교적 분명한 인물·가구·동물 윤곽과 대비된다. 이 작품을 관람 동선 후반에 두면 사물을 알아보는 읽기와 형태를 느끼는 읽기를 비교할 수 있다. 전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묻게 하고, 후자는 가장자리와 색 차이, 밀도에 시선을 머물게 하며 전시가 다루는 아직 이해되지 않은 상태로 돌아간다.
Chino Ng, 444, 2026년, 나무에 유채, 26.4×33cm.
Ora-Ora는 센트럴 할리우드로드 10번지 타이퀀 Barrack Block 105~107호에 있다. 일반 운영 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10:00~19:00, 토요일 11:00~19:00이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예약 방문만 가능하다. 전화는 +852 2167 8735다. 공식 전시 정보와 방문 방식을 먼저 확인할 수 있다. 다섯 작품의 재료와 제작 연도는 서로 다르다. 인물, 공간, 동물, 추상을 차례로 비교하면 직관은 세부를 살펴보는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