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보안업체가 '해킹으로 되받아치려면' 먼저 최소 100만 달러의 보증금을 내야 하고, 규정을 어기면 이 돈은 몰수된다. 그다음 정부 관계자 두 명이 서류에 서명해야 비로소 작전 개시가 허가된다. 이는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라, 트럼프가 8월 12일 서명한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에 명문화된 절차다.

이번 각서는 국토안보부 태스크포스 산하 국가조정센터에, 민간 기업이 초국가적 범죄 조직의 사이버 범죄에 맞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백악관은 문서 목적 항목에서 이를 "민간 부문의 창의성을 활용해 초국가적 범죄 조직이 저지르는 사이버 범죄 대응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법무부와 국토안보부에서 각각 파견한 집행이사 두 명이 공동으로 주관한다.

절차 자체는 생각보다 관료적이다. 기업은 먼저 신청 후 심사를 통과해야 하며, 최소 100만 달러의 보증금 또는 에스크로 예치금을 내야 한다. 규정 위반 시 이 금액은 몰수된다. 기업은 다른 기업, 주 정부나 지방 기관으로부터 위협 정보를 확보해 이를 근거로 국가조정센터에 작전 계획을 제출할 수 있지만, 계획은 두 집행이사의 서면 승인과 지시가 떨어진 뒤에야 실행할 수 있다. 작전 통제권은 언제나 정부가 쥐고 있으며, 기업은 명령에 따라 방아쇠를 당기는 손에 불과하다.

각서가 허용하는 '사이버 감시 작전'에는 시스템 소유자의 동의 없이, 혹은 승인된 범위를 벗어나 시스템에 접근하는 행위도 포함되며, 그 대상은 랜섬웨어, 피싱, 금융 사기, 성 착취 협박(섹스토션) 배후의 범죄 네트워크로 한정된다. 문서는 동시에 명확한 선도 그어놓았다.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모든 작전은 일률적으로 금지되며, 작전이 실수로 미국 시민이나 미국 내 시스템을 건드릴 경우 즉시 중단하고 최소화 절차를 가동해야 한다. 실제 표적 선정 규정은 기밀 부속서에 담겨 있어 외부에서는 아직 세부 내용을 볼 수 없으며, 프로그램 실행 지침은 60일 안에 나올 예정이다.

백악관이 내세운 근거는 규모의 문제다. 백악관 설명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2025년 사이버 관련 범죄로 신고한 피해액은 208억 달러를 넘어섰고, 그중 암호화폐 사기로 인한 손실만 807억 달러로 추산된다. 문서는 또 북한 해커들의 자금 세탁 수법이 과거보다 더 정교해졌다고 언급하며, 정부가 이미 투자 사기 및 로맨스 스캠과 관련된 암호화폐 2500만 달러 이상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백악관이 말하는 '민간 역량의 규모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현재 공개된 각서 내용은 절차와 금지선 위주에 그친다. 실제로 어떤 기업이 승인받고 어떤 네트워크가 표적이 될지는 기밀 부속서와 60일 후 공개될 실행 지침을 기다려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