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송의 결정적 전환점은 법정 기록에 남은 한마디 시인에서 비롯됐다. 미국 지방법원 판사 에드가르도 라모스(Edgardo Ramos)는 7월 21일 예비심리에서 미국음악가연맹(AFM) 측 변호인에게 AI 사용에 대응하는 협정이 존재하는지 직접 물었다. AFM 법률고문 에야드 아사드(Eyad Asad)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런 기본 협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희도 이 점은 인정합니다"라고 답했다. 유니버설뮤직그룹(UMG) 측 변호인단은 이 발언을 기각 신청서에 그대로 인용하며 "이 시인 하나로 이 사건은 끝난 것"이라고 못박았다.
AFM은 UMG와 워너레코드(Warner Records)를 상대로 AI 라이선스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노조 측 주장은, 소속 음악가들이 연주·노래한 녹음물이 동의도 없이, 대가도 지급되지 않은 채 AI 기업 Suno와 Udio에 라이선스됐다는 것이다. 분쟁의 핵심은 AFM과 레이블 간에 체결된 《Sound Recording Labor Agreement》(SRLA)다. 이 협정에는 '신규 용도(new use)' 조항이 있는데, 레코드사가 SRLA가 예상하거나 다루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녹음물을 사용할 경우 참여 음악가에게 보상하고 노조에 통지할 의무를 지도록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AI 음악이 아직 형체를 갖추기 전에 작성된 이 조항이 AI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UMG 법률팀이 파고든 지점이 바로 이 공백이다. 법원 제출 문서에서 그들은 이렇게 썼다. "Article 21(a) 자체는 요율을 정하지 않는다. 신규 용도를 규정하는 또 다른 AFM 협정에서 요율을 끌어오는 방식이다. 그런데 AFM은 이미 AI 사용에 대한 그런 협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인했다." Music Business Worldwide가 인용한 문서에 따르면, UMG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존재하지 않는 협정으로 산정되는 지급 의무는, 곧 지급 의무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레이블 측 입장은 이렇다—요율을 끌어올 협정이 없으니 조항 자체가 적용될 수 없고, 따라서 AFM의 소송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
이 소송은 업계 전체가 AI 음악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는 와중에 터졌다. 지난해 워너는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UMG와 손잡고 Suno와 Udio를 상대로 "상상하기 힘든 규모"의 저작권 침해라며 공동 소송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워너는 이후 Suno와 새로운 라이선스 협정을 맺고 화해로 마무리했다. Pitchfork 보도에 따르면 이 협정은 참여를 원하는 아티스트와 작곡가가 AI 사용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면서도, 자신의 음악과 이미지, 저작권 세부사항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유지하도록 했다. 같은 달, 독일 저작권 관리단체 GEMA는 Suno가 라이선스도 받지 않고 로열티도 지급하지 않은 채 Boney M의 《Daddy Cool》, Lou Bega의 《Mambo No. 5》 등을 AI 모델 학습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Suno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승리했다. 이 판결은 앞으로 다른 AI 기업들도 GEMA 카탈로그를 사용할 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달 초에는 제이슨 이스벨(Jason Isbell) 등 음악인들도 Suno를 상대로, 이 소프트웨어가 사용자로 하여금 동의 없이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음악 스타일을 복제할 수 있게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UMG와 워너가 제기한 이번 기각 신청은 아직 판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소송이 증거개시(discovery) 단계로 넘어갈지 여부와 향후 일정은 현재로선 공개된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