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에 있는 어셔의 집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어느 현대미술가의 대작이 아니라 한 장의 흑백사진이다. Gordon Parks가 1956년에 찍은 이 사진에는 앨라배마주 모빌의 한 백화점 'colored entrance' 앞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서 있는 흑인 어머니가 담겨 있다. 이 사진은 다름 아닌 현관 입구에 걸려 있는데, 어셔는 《Architectural Digest》와의 인터뷰에서 이 자리 자체가 하나의 태도라고 설명했다—재맥락화이자 동시에 과거를 향한 환기라는 것이다.

이 집 디자인에 참여한 Nicole Fuller는 어셔의 친구이자 오랜 협업 파트너다. 그녀는 이 사진이 사실상 공간 전체 디자인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한다. "색조든 감정이든 분위기든 질감이든" 모든 것이 이 사진에서 뻗어나갔다는 것. 다시 말해 이 저택의 시각적 톤은 실내 디자인을 먼저 하고 그다음 예술품을 맞춘 게 아니라, 거꾸로 이 사진이 먼저 방향을 잡은 셈이다.

집 안으로 더 들어가면 벽면과 정원 곳곳에 등장하는 이름들은 결코 소박하지 않다. Rashid Johnson, Sterling Ruby, Damien Hirst, Richard Prince, George Condo, Yoshitomo Nara, Daniel Arsham, Anthony James, Fabiola Jean-Louis, Jammie Holmes, Nathaniel Mary Quinn, 그리고 R.E.M.의 보컬 Michael Stipe의 작품까지. 이 리스트는 어느 갤러리에 내놔도 손색없는 수준이지만, 어셔의 컬렉션은 분명 'blue-chip' 명단을 과시하듯 벽에 도배하려는 게 아니라, 작품 하나하나가 공간 속에서 저마다의 자리를 갖고 있다.

가장 사적인 부분은 그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몇 점의 초상화다. Julian Schnabel과 Lauren Halsey 모두 어셔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Halsey의 작품은 그의 얼굴을 여러 인물 두상으로 이루어진 격자 구도 안에 배치했다. George Condo는 어셔와 아내 Jennifer Goicoechea Raymond의 2인 초상화를 그렸는데, 이는 이 컬렉션 중 부부 관계를 직접적으로 다룬 몇 안 되는 작품이다.

이번 《Architectural Digest》의 화보는 예술 컬렉션을 과시한다기보다는 일종의 거주 논리를 보여준다고 하는 편이 맞다. 사진 한 장이 어디에 걸려야 하는지를 먼저 정하고, 집 전체가 그 톤을 따라가도록 만드는 것. 작품 크기, 구입 연도, 가격 등에 대한 세부 정보는 제공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