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패션위크가 20주년을 맞았지만, 이를 기념하는 방식은 쇼를 점점 더 크게 벌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한 주' 안에서 격차를 더욱 벌리는 것이었다. CPHFW CEO 세실리에 토르스마크는 Dazed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 행사에는 진짜 살아있는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았음에도, 우리 브랜드 커뮤니티는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줬고, 이번 시즌은 북유럽 패션이 얼마나 시의적절하고 활력 넘치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총 34개의 쇼와 퍼포먼스가 열렸으며, 북유럽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들, 그리고 Collina Strada 같은 해외 게스트가 함께 무대를 채웠다. 하지만 정말 기억에 남는 건 '쇼'라는 형식 자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한 몇몇 퍼포먼스들이었다.

저수조 속 인형 파츠: Alectra Rothschild / MASCULINA

이번 시즌 가장 강렬한 기운을 뿜어낸 쇼는 옛 저수탑을 개조한 지하 박물관 Cisternerne에서, 안개가 자욱한 화요일 늦은 밤에 열렸다. Alectra Rothschild / MASCULINA의 "Doll Parts (A Transsexual Choreography)"는 모델들이 스팽글 자수, 레이스, 데님 피시넷, 프린지, 인플레이터블 라텍스, 코르셋을 걸치고 런웨이 위를 성큼성큼 걸으며 춤을 추는 형식이었다. 디자이너는 쇼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허리를 조이는 코르셋. 아래를 감추는 패딩. 곡선을 과장하는 인플레이터블. 이 모든 것이, 인형의 파츠다." 쇼 전체가 트랜스젠더 여성의 몸에 함께 따라붙는 긍정과 속박의 오브제들을 다뤘다. 신체 정치를 구호로 만드는 대신, 그것을 물성으로 보여준 무대였다.

스케이트파크 위의 공공 파티: Paolina Russo

MASCULINA가 지하의 비밀 의식이었다면, Paolina Russo의 "Lone Star"는 완전히 반대 방향의 시도였다. 쇼는 Nørrebrohallen에서 열렸고, 일반 관객에게도 공개됐다. 플로럴 프린트, 데님 반바지, 오버사이즈 니트, 체인 팬츠가 먼저 런웨이를 한 바퀴 돈 뒤, 스케이트보드를 든 모델들이 그대로 보드에 올라타 스케이트를 탔다. 그레이스 아이브스와 현지 밴드 Haloplus+가 번갈아 라이브 공연을 펼쳤고, 마지막엔 모두가 함께 춤을 추며 쇼가 마무리됐다. 이 쇼는 어떤 컨셉을 팔려 하지 않았다. 그저 쇼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쇼 그 자체를 돌려준 무대였다.

다른 몇몇 쇼들은 '지역성'과 '재활용'을 소재로 삼았다. 니클라스 스코우고르의 열세 번째 컬렉션에서는 모델들이 낡은 클래식 카에서 내리며 등장했는데, 손에는 HVISK와 협업한 다양한 스타일과 사이즈의 백을 들고 있었다. 영감은 슈프림스, 샹그리라스, 로네츠 같은 1960년대 걸그룹들에서 왔다. 그는 이를 두고 "개인성을 끝까지 지키면서도 소속감이 주는 힘"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으며, 전체 쇼는 3피스 단위의 미니 옷장들로 구성됐고, 마야 라너의 개인 음악 프로젝트 True Blue가 라이브로 사운드트랙을 채웠다. Collina Strada는 CPHFW 마지막 날 유럽 첫 쇼 "Delirium in Bloom"을 선보였다. 디자이너 힐러리 테이머는 스튜디오에 쌓여 있던 모든 박스, 통, 선반을 뒤져 수년간 모아온 원단과 바이어스 테이프, 자투리 소재로 컬렉션 전체를 완성했다. 그는 쇼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이건 우리에게 상기시켜준다. 변신에 필요한 건 더 많은 것이 아니라, 재치라는 것을."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계 혈통을 가진 갈리브 가사노프는 트빌리시 외곽에서 자랐고, 2024년 자신의 브랜드 Institution을 론칭했다. 이번 여섯 번째 컬렉션 "YAD"는 '타지'라는 주제, 즉 "우리가 존재하며 기억을 전시하는 장소"를 탐구했다. 조각적인 니트웨어와 이국적인 실크, 겹겹이 쌓인 레이어드 패브릭으로 표현됐고, 런웨이 바닥에는 캅카스, 아나톨리아, 북이란, 중앙아시아에서 온 카펫이 깔렸다. 모델들은 맨발에 수작업으로 만든 전통 양말 '조라브'를 신고 런웨이를 걸었다. 개막일에는 안네 소피 마센이 NEWTALENT 프로그램의 마지막 무대인 "The New Desire"를 선보였다. 주름진 미니 쇼츠, 폭포처럼 흐르는 네크라인, 복숭아빛 실크 시폰 아래로 비치는 메탈릭 별 프린트 언더웨어가 등장했고, 공식 지정 향수는 Escentric Molecules였다. 현장에서는 덴마크 리코더 연주자 미칼라 페트리가 점점 더 큰 악기로 갈아타며 라이브 연주를 펼쳤다.

Mfpen의 창립자 시구르드 방크는 하드코어 신 출신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반체제적 기운이 SS27 쇼 전체를 관통했다. 관객들은 여러 층의 계단을 올라 무더운 방 안으로 몰려들어가 임시로 설치된 런웨이를 지켜봐야 했고, 모델들은 브랜드 특유의 재고 원단으로 만든 느슨한 실루엣을 걸치고 있었다. 무더위 속에서도 그 누구도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코펜하겐 현지 브랜드 Solitude Studios는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그동안 습식 펠트 울과 천연 염색(스튜디오 인근 습지에서 채취한 염료 포함)으로 자연친화적 이미지를 쌓아왔던 이 브랜드는, 이번 "Time Will Tell" 컬렉션에서 스팽글과 레이스를 대거 사용했다. 영감은 셸란섬 남부의 석회암 채석장에서 왔으며, 지질학적 시간의 축적을 기억과 의복 구조에 빗대어 풀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