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거리의 이야기가 꼭 광각 사진에서 시작할 필요는 없다. 영국 만화 창작자 Dan Archer는 현장 스케치와 사람들의 대화, 연속적인 칸을 《홍콩 거리 만화》로 가져왔다. 홍콩아트센터 Comix Pulse 시리즈의 개인전으로, 2026년 10월 15일 개막해 10월 28일까지 무료로 열린다. 완차이 Harbour Road 2번지 홍콩아트센터 2층 Comix Home Base에서 시장과 무술 수련장, 축제를 통해 도시가 한 줄 한 줄 이해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현장 스케치는 어떻게 연속적인 이야기가 될까
만화와 스케치북 대부분은 사진을 보고 완성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관찰해 만들었다. 차이는 종이와 펜이라는 도구에만 있지 않다. 현장에서 사람을 그리려면 움직임이 이어지는 동안 어떤 자세와 소리, 사물을 남길지 선택해야 한다. 전시는 스케치에서 완성 만화까지의 과정도 소개한다. 같은 소재가 스케치와 만화 칸에서 무엇을 남기는지 비교하면 한순간이 앞뒤 관계를 지닌 서사로 정리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가가 전시 예고로 공개한 택시 만화에서는 이 리듬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문과 트렁크, 인물의 표정, 운전대 앞 여러 휴대전화가 크기가 다른 칸에 배치되고, 흑백 화면에 소량의 초록이 지점을 짚는다. 웃음은 대사뿐 아니라 칸 사이의 멈춤에도 있다. 도시 교통 경험을 유머로 쓴 작가의 만화이므로, 모든 기사나 승객의 공통된 특징으로 보기보다 서술 방식을 관찰하기에 알맞다.
택시 만화는 문과 트렁크, 휴대전화 화면을 연속된 도시 농담으로 구성한다.
축제 옆의 모임과 손동작도 주인공이 된다
다른 길거리 모임 페이지는 회흑색 선으로 탁자와 사람, 긴 막대, 구이대를 그리고 빨강으로 불빛을 강조한다. 앞쪽의 펜을 든 손은 관찰자도 그림 안에 남긴다. 작가는 타이항 파이어 드래곤 축제 등 홍콩 문화를 다루는데, 이 페이지는 축제 옆에 사람들이 모이는 모습으로 시선을 돌린다. 의식의 중심만이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길가의 대화와 식사, 바라보는 위치도 도시의 기억을 만든다.
거리 모임 만화는 고기구이와 인물, 작가가 펜을 든 손을 한 장면에 넣는다.
‘다소인(打小人)’ 의식을 다룬 페이지는 따뜻한 빨강과 주황으로 고가도로, 건물, 행인, 의식의 세부를 엮는다. 무술 페이지는 흑백 칸과 주먹 클로즈업, 동작선으로 신체의 움직임을 전달한다. 두 페이지를 함께 보면 원경이 공간을, 근경이 행동을 설명하는 역할을 비교할 수 있다. 앞의 그림은 큰 색면으로 거리를 연결하고 뒤의 그림은 검은 바탕에서 팔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둘 다 움직임을 페이지를 읽는 순서로 바꾼다.
무술 작품은 칸과 동작선을 통해 몸짓을 순서대로 읽는 이미지로 만든다.
10월 28일까지 무료, 종이와 펜의 속도로 보기
홍콩에 거주하는 Dan Archer는 15년 넘게 만화와 현장 드로잉을 해 왔으며, 첫 그래픽노블 《Voices from Nepal》은 2024년 토론토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됐다. XR 스튜디오 Empathetic Media도 운영하며 몰입형 서사 안의 생체 신호와 관점 취하기를 연구한다. 인터뷰를 다루는 작품의 말풍선은 인터뷰이의 실제 말을 쓰고 대화 중에 초상화를 그린다. 이미지와 구술 자료를 연결하면서 사생활을 다룰 여지도 남기는 방식이다.
전시는 10월 28일까지 매일 08:00~23:00 열리며 홍콩아트센터 Comix Home Base와 Dan Archer가 주최하고 Etchr가 후원한다. 10월 17일 가이드와 공유 행사는 이미 끝났으므로 현재는 만화와 스케치북, 원고에 집중할 수 있다. 방문 전 공식 전시 안내를 확인하면 된다. 먼저 한 페이지의 칸 순서를 읽고, 뒤로 물러나 전체의 여백과 색면을 보면 두 규모에서 손그림 서사의 박자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