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의 나이에 다시 기타를 잡기 전, 무엇부터 했을까? Ritchie Blackmore의 답은 이랬다. Stratocaster 줄을 새로 갈았는데, 25년 만에 처음 하는 일이었다. 그는 단 한 곡을 버틸 정도의 컨디션만 남아있었다. 어지럼증, 통풍, 관절염에 심장과 허리 지병까지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디테일은 그가 직접 Instagram에 올린 33분짜리 음성 메시지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 메시지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병력 나열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제안 방식을 묘사한 대목이다. Blackmore는 Ian Gillan에게 마치 지나가던 이웃처럼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방해하고 싶진 않은데, 옛정을 봐서 딱 한 곡만 올라가서 연주하게 해줄 수 있을까." 이건 홍보 문구에나 나올 법한 표현이 아니다. Deep Purple을 공동 창립하고 《Smoke On The Water》의 전설적인 리프를 써낸 인물이, 거의 애원하듯 옛 동료에게 하룻밤 무대를 빌려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 현지 시각 수요일 밤, Jones Beach Theater에서 Blackmore는 진짜로 무대에 나타났다. 33년 만에 Deep Purple 무대에 선 그는 50여 년 전 자신이 작곡한 곡, 《Smoke On The Water》를 완주했다. 현장에는 60~70년대부터 함께 활동해온 베이시스트 Roger Glover와 드러머 Ian Paice도 있었다.

무대 위에서 Ian Gillan의 반응은 그 어떤 공식 성명보다 생생했다. 그는 관객들에게 며칠 전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며, "마치 동네 사는 아저씨가 편지 보내서 너희랑 잼 좀 해도 되겠냐고 묻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Blackmore를 "전설이자 불멸의 창립 멤버"라 칭한 뒤,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욕조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친밀한 어조야말로 두 사람의 오랜 관계를 가장 진솔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번 재결합 뒤에는 사실 공개적인 갈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2016년 Deep Purple이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을 당시, Blackmore는 시상식에 불참했다. 당시 그의 주장은 현재 멤버들이 자신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반면 Gillan의 입장은, 밴드가 현직 멤버가 아닌 사람까지 참여하는 재결합 공연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며 갈등은 수년간 이어졌다. 이번 단 한 곡의 무대로, 그 오랜 앙금이 한 번에 정리된 셈이다.

Blackmore는 밴드를 떠난 뒤 Ronnie James Dio를 보컬로 세워 Ritchie Blackmore's Rainbow를 결성했다. 이 밴드는 여러 차례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했고, 2016년에는 독일의 한 뮤직 페스티벌을 위해 다시 뭉쳐 몇 년간 투어를 돌기도 했다. 90년대 이후로는 아내 Candice Night와 함께 포크 록 밴드 Blackmore's Night 활동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번 무대에 오르기 전, 그는 대중들에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미리 당부했다. "아마 우리 다 지팡이 짚거나 휠체어 타고 나가야 할걸요, 다른 멤버들은 멀쩡해 보이지만 말이죠." 하지만 현장 영상을 보면, 이 81세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는 스스로 말한 것보다 훨씬 꼿꼿한 모습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