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이면 유럽 대륙 대부분 지역이 아예 상점 셔터를 내린다.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 가족,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나라 전체가 마치 집단으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듯한 모습이 된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 광경은 영미권 직장인들을 매번 불편하게 만든다. 부러움이 아니라, 뭐라 딱 꼬집을 수 없는 짜증에 가깝다. 대체 왜 너희만 한 달을 통째로 이렇게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같은 시기, 영미권 사무실이 내세울 수 있는 최선의 카드는 이른바 '서머 프라이데이(Summer Fridays)'다. 오후 3시쯤 사무실 문을 일찍 닫고, 운이 좋으면 조금 더 일찍 퇴근하는 식이다. 나쁜 제도는 아니지만, '8월 한 달 통째로 쉬기'와 '금요일에 한두 시간 일찍 퇴근하기'를 나란히 놓고 보면 그 격차 자체가 답이 되어버린다.
프랑스의 방식은 분위기가 아니라 법에 기반한다. 2017년부터 시행된 '연결되지 않을 권리(droit à la déconnexion)'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게 직원들과 협의해 퇴근 후 연락의 경계를 명시한 공식 규정을 만들도록 요구한다. 법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퇴근 후 시간은 회사 소유물이 아니니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이 지점을 명확히 하고 나면, 핵심은 정책 조항이 아니라 '신뢰'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국가가 자국민을 믿을 수 있는가, 휴가를 준다고 해서 그들이 함부로 굴지 않을 것이라 믿을 수 있는가의 문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휴식을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쪽을 택했다. 반면 영미권은 휴식을 다소 민망하고 조용히 처리해야 할 일로 다루는 데 익숙하다.
런던의 작가이자 Monocle 기고자인 Emily Bryce-Perkins는 글에서, 사람들이 유럽의 광장과 카페, 느긋한 점심 시간은 좋아하면서도 그 풍경 뒤에 깔린 전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사회 전체가 먼저 '성공이 항상 대기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는 전제 말이다. 그녀 역시 모든 회사가 실제로 한 달 내내 문을 닫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고 인정한다. 다만 그녀가 묻고 싶은 것은, 영미권이 '8월에 사무실에 나가지 않아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는 사실에 익숙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글은 마지막으로 다소 장난스럽지만 진지한 제안을 던진다. 영국과 유럽의 관계가 다시 가까워질 기회가 온다면, 그녀는 단순한 무역 협정 한 장이 아니라 일종의 '8월 협정'을 되찾아오고 싶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