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그림 한 폭은 설계와 조각을 거쳐 손에 닿는 대나무 기물이 되고, 원통에 새긴 선은 탁본을 통해 다시 종이로 돌아올 수 있다. 홍콩미술관 《竹墨之間──華萼交輝樓藏品捐贈展》이 2026년 10월 30일 개막해 2027년 4월 7일까지 3층 중국 문물 전시실에서 열린다. 입장은 무료다. 약 200개 세트를 선보이며 대나무·나무 조각과 서화, 탁본을 비교할 길을 만든다. 현재는 아직 개막 전 예고다.
같은 주제 붓통의 2009년 탁본으로 원통의 무늬를 종이 위에서 볼 수 있다.
기증품 340여 점과 전시 약 200세트의 차이
허멍처(何孟澈, Kössen M. T. Ho) 박사가 기증한 소장품은 340점이 넘으며 직물도 포함하지만, 가장 큰 비중은 현대 대나무 조각이다. 미술관은 홍콩 박물관이 지난 40년 동안 받은 대나무 조각 기증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설명한다. 기증 전체는 개별 항목으로, 이번 전시는 약 200개의 ‘세트’로 세므로 두 수치는 같지 않다. 손목받침 한 세트나 여러 장으로 된 화첩을 단순히 단일 작품 수로 더할 수 없는 이유도 단위를 구분하면 이해하기 쉽다.
푸루(溥儒)의 《秋園雜卉》를 새긴 유청 저부조 손목받침은 12개 한 세트로 2009~2010년에 제작됐다. 보윈톈(薄雲天)이 새기고 치궁(啟功)이 글씨를 쓰고 허멍처가 설계했다. 각각 높이 33.9cm, 너비 9.8cm이며 가늘고 긴 대나무 표면에 꽃가지와 서예가 배열된다. 이에 비해 푸루의 《秋園雜卉冊》은 제작 연도 미상인 종이 수묵담채 화첩 6폭으로, 각 36.4×20.3cm다. 먼저 가지의 흐름을 따라간 뒤 글씨와 여백이 평면과 길쭉한 기물 표면에 어떻게 놓이는지 비교할 수 있다.
푸루의 《秋園雜卉冊》 6폭은 종이의 꽃 그림과 대나무 조각으로의 전환을 비교할 단서다.
붓통과 탁본을 함께 읽는 방법
더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2009년 유청 저부조 송대 《百花圖之梅花山茶》 붓통과 같은 주제의 탁본이다. 보윈톈이 새기고 허멍처가 설계한 대나무 붓통은 높이 15.8cm, 지름 17cm다. 푸완리(傅萬里)가 뜨고 허멍처가 설계한 탁본은 23.8×68.5cm다. 기물은 원둘레를 따라 보지만 탁본은 무늬를 종이 위에 펼쳐 놓으므로 읽는 방향 자체가 달라진다.
2009년 유청 저부조 송대 《百花圖之梅花山茶》 붓통. 원통 표면에 꽃가지가 이어진다.
공식 사진에서 꽃가지는 금빛이 도는 대나무 몸체를 따라 이어지고, 더 어두운 입구와 받침이 위아래 경계를 이룬다. 탁본은 꽃과 잎, 글씨를 검정과 회색으로 드러내며 옆에는 원형 무늬도 보인다. 두 사진을 나란히 보면 기물의 형태에 맞춘 배열이 종이의 구도로 바뀌는 점이 드러난다. 전체 모양을 먼저 본 다음 작은 가지 부분을 골라 비교하면 꽃 이름을 알아보는 데서 나아가 재료와 감상 방식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손목받침에서 물그릇까지, 도구의 쓰임과 크기
저우한성(周漢生)의 1998년 대나무 뿌리 환조 연꽃 물그릇은 또 다른 도구의 크기를 보여 준다. 높이 9.2cm, 너비 31.6cm, 깊이 13cm이며 공식 사진에는 잎 형태의 용기와 연꽃, 작은 동물의 세부가 보인다. 대나무 뿌리의 형태를 따라 굽이치는 윤곽은 반듯한 원통형 붓통과 대비된다. 글을 쓸 때 손목을 받치는 도구, 붓을 꽂는 통, 물을 담는 그릇처럼 일상의 용도는 꽃 이미지를 서로 다른 입체적 자리에 놓는다.
저우한성의 1998년 대나무 뿌리 환조 연꽃 물그릇. 잎의 굴곡을 따라 형태가 이어진다.
홍콩미술관 주소는 침사추이 Salisbury Road 10번지다. 정규 운영 시간은 월~수요일과 금요일 10:00~18:00, 주말과 공휴일 10:00~21:00다. 목요일에는 쉬지만 공휴일이면 개관한다. 전시는 10월 30일부터이므로 먼저 공식 주요 작품 및 전시 기간 안내를 살펴보자. 종이 작품, 대나무 기물, 탁본을 세 관찰 지점으로 삼아 자신만의 비교 동선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