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Green Lantern》은 워낙 형편없어 슈퍼히어로 영화의 조롱거리가 되었고, 《데드풀 2》조차 참지 못하고 데드풀이 라이언 레이놀즈의 머리에 총을 쏘며 "그 시나리오를 봤으니까"라는 이유를 댔을 정도다. 마법 반지, 황당함에 가까운 우주적 설정 탓에 그린랜턴 시리즈는 늘 스크린으로 옮기기 가장 까다로운 슈퍼히어로 중 하나로 꼽혀왔다. HBO 미니시리즈 《Lanterns》가 택한 해법은 간단하다. 아예 형사물로 찍어버리는 것.

전체 8부작인 이 미니시리즈는 《True Detective》의 크리스 먼디, 《Watchmen》의 데이먼 린델로프, 만화 작가 톰 킹이 공동 개발했으며, 먼디가 총괄 작가를 맡았다. 제임스 건과 피터 사프란이 총괄하는 새로운 DC 유니버스 소속 작품이다. 전반적인 톤은 최근 DCU 작품들보다 훨씬 성인 취향으로, 욕설과 성적 묘사, 폭력이 모두 포함돼 있어 《레고 배트맨 무비》로 이 캐릭터를 접한 어린이들을 위한 버전이 아님이 분명하다.

이야기의 중심은 두 명의 비중 있는 그린랜턴이다. 카일 챈들러는 지구 구역을 담당하는 베테랑이자 직관으로 수사하는 노장 할 조던을 연기하고, 아론 피에르는 훈련 중인 후계자이자 결벽에 가까울 만큼 원칙적인 존 스튜어트를 맡는다. 한 명은 흐트러지고 자유분방하며, 다른 한 명은 반듯하고 절제된 성격인데, 이 사제 사이의 마찰은 그저 서로 티격태격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극 전체를 지탱하는 진짜 긴장감으로 작용한다. 이야기는 네브래스카주 러시빌에서 열린 미식축구 경기의 한 사건에서 시작되며, 두 사람은 그곳에서 켈리 맥도날드가 연기하는 보안관을 만나는데, 이후 전개에서 그의 비중이 결코 가볍지 않음이 드러난다.

영화 규모를 억지로 드라마 포맷에 욱여넣는 방식과 달리, 《Lanterns》는 처음부터 TV 드라마의 문법에 맞춰 설계된 작품에 가깝다. 시간대를 오가는 서사 구조가 1화부터 펼쳐지며, 회차가 진행될수록 그 의도가 서서히 드러난다. 특수효과 역시 의도적으로 절제됐다. 외계인들은 대부분 인간형을 유지하고, 반지는 사용 전에 충전이 필요하다. 이 제약은 오히려 "거의 만능인 반지로 어떻게 긴장감을 유지할 것인가"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며, 작품이 지향하는 범죄 장르물의 색깔에 더 가까이 다가서게 한다. 또 하나의 파괴 스펙터클이 아니라는 뜻이다. 평자들 사이에서는 사건의 단서가 풀려나가는 리듬 곳곳에 《Blade Runner》 같은 편집증적 분위기가 배어 있다는 언급도 나온다.

인종, 원가족 트라우마, 동시대 정치적 상황 같은 소재들이 대충 언급되고 넘어가는 수준이 아니라 극 안에 제대로 녹아들어 있다. 마감 시점까지 평론가들은 8부작 중 앞의 7화만 확인할 수 있었기에 결말이 제대로 마무리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만 놓고 보면 새로운 DC 유니버스가 지금껏 보여준 것 중 가장 탄탄한 성과다. 《Lanterns》는 8월 16일 HBO Max, NOW, 영국 Sky Atlantic에서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