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얗게 바랜 도로와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들 만큼 어두운 실내—발렌티노 뷰티는 새 향수 「Vendetta」의 이야기를 35mm 필름으로 촬영한 단편 영상에 담아 전한다. 로맹 가브라스 감독이 다코타 존슨과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를 주연으로 캐스팅했고, 촬영은 이네즈 앤 비누드가 맡았으며 사운드트랙으로는 펫 샵 보이즈의 《It's a Sin》이 쓰였다. 영상 속 두 사람은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떨어질 수 없는 두 영혼처럼, 햇살 가득한 도로와 그림자 진 방을 오가며 서로를 쫓는다기보다는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충동을 좇는 듯하다.
발렌티노의 시그니처 레드가 영상 전체를 관통하며 나부끼는 치맛자락, 손짓 하나, 뒤돌아보는 시선 속에 등장해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신호를 미리 심어놓은 듯하다. 이 비주얼 단서는 향수 자체의 서사 논리와도 맞닿아 있다. 각자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호응하는 두 개의 향수가, 향으로 하나의 욕망에 관한 문장을 완성하는 것이다.
「Vendetta Donna」는 조향사 도미니크 로피옹과 앤드류 에버렛이 함께 만들었으며, 플로럴 구르망 우디 계열로 진한 튜베로즈 오스모블룸™이 핵심을 이룬다. 톱노트에서는 과즙 가득한 붉은 오렌지의 달콤한 향이 터져 나온 뒤, 온화하고 지속력 있는 샌달우드 베이스로 가라앉는다. 남성용 「Vendetta Uomo」는 조향사 마리 살라마뉴의 작품으로, 스파이시 구르망 우디 라인을 따른다. 톱노트는 페루산 진저 CO2 추출물과 이탈리아 시트러스의 상쾌한 조합이며, 미들노트에서는 다소 중독적인 시나몬 리큐어 향으로 전환되고, 마지막은 묵직한 패츌리와 우디 노트로 마무리된다.
보틀 디자인 역시 이 '한 몸 같은 두 사람'이라는 논리를 이어간다. 유리병 표면에는 입체적인 'V' 자 형태가 새겨져 있고, 캡에는 발렌티노 의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름 텍스처가 표현되어 있다. 「Vendetta Donna」의 액체는 짙은 와인 레드빛을, 「Vendetta Uomo」는 온화한 코냑 앰버빛을 띠며, 구조화된 유리를 통해 빛이 스며 나온다. 말하자면 이 짧은 영상 전체의 정서를 병 하나의 부피 안에 압축해 담아낸 셈이다.
「Vendetta」 컬렉션은 현재 발렌티노 뷰티 공식 웹사이트와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