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뒤에 아무도 앉지 않은 차량이 시내 차량 흐름 속에서 스스로 방향을 틀고, 브레이크를 밟고, 빨간불을 판단한다. 탑승객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자동적'인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SAE(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의 자율주행 등급 기준에 따르면 웨이모 같은 차량은 현재 여전히 레벨 4로 분류되며, 최고 등급인 레벨 5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두 등급의 진짜 차이를 만드는 것은 차량이 도로 위에서 얼마나 '독립적'으로 움직이느냐가 아니라, 그 독립성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느냐다.
엄밀히 말하면 레벨 4로 분류되는 것은 웨이모 드라이버(Waymo Driver), 즉 이 회사의 자율주행 시스템 자체다. 웨이모가 공개한 안전 연구 보고서는 이를 SAE 레벨 4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운전석이 비어 있다고 해서 그 차량이 레벨 5에 도달했다는 의미는 아닌 이유다.
SAE의 등급은 0부터 5까지 총 여섯 단계로 나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설명에 따르면, 레벨 0은 차량의 안전 시스템이 간헐적으로 개입하더라도 전적으로 사람이 운전하는 단계다. 레벨 1은 운전대나 가속·제동 중 하나를 지속적으로 보조할 수 있고, 레벨 2는 두 가지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지만, 이 단계들에서는 여전히 운전자가 운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진짜 전환점은 레벨 3에서 나타난다. 시스템이 특정 조건에서 모든 운전 작업을 처리할 수 있지만, 사람은 시스템이 요청할 때 언제든 운전을 넘겨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레벨 4에 이르면 이 요구사항이 사라진다. 자율 시스템이 설계된 운행 범위 안에서 작동하는 한, 탑승자는 승객일 뿐 예비 운전자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웨이모가 자사 서비스를 완전 자율주행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스스로 SAE 레벨 5라고 주장하지 않는 이유다.
이 '설계된 운행 범위'에는 전문 용어가 따로 있는데, 바로 운행설계영역(operational design domain, ODD)이다. SAE는 이를 자율주행 시스템이 설계 시 목표로 삼은 일련의 조건으로 정의하며, 여기에는 지리적 범위, 도로 유형, 대응 가능한 기상 상황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레벨 4 시스템의 임무는 이 범위 안에서 완전히 스스로 운전을 처리하는 것이고, 레벨 5가 없애려는 것은 바로 이 범위의 경계선이다. NHTSA는 레벨 5를 특정 서비스 구역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인 조건에서 작동할 수 있는 단계로 설명한다. 다시 말해, 레벨 4 웨이모 차량은 자신의 운행 범위 안에서는 이미 스스로 방향 전환, 제동, 판단을 완수할 수 있으며, 차이는 누가 운전을 책임지느냐가 아니라 시스템이 커버할 수 있는 상황이 얼마나 넓은가에 있다.
이는 왜 웨이모가 시스템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면서도 여전히 레벨 4에 머물러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6세대 웨이모 드라이버는 대응 가능한 환경 유형을 확대했으며, 여기에는 더 가혹한 겨울철 기상 조건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명확히 정해진 조건 범위 안에서 작동하는 한, 운행 가능한 도시나 날씨 종류가 아무리 늘어나도 분류상으로는 여전히 레벨 4이지 레벨 5가 아니다.
경계를 없애면 난이도는 급격히 높아진다. 웨이모가 2026년 발표한 충돌 회피 테스트 연구에 따르면, 레벨 4 시스템을 평가하는 어려움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운행 시나리오의 수가 극도로 방대하다는 데 있다. 이 테스트 방법은 인간 운전자 데이터, 웨이모 자율주행 테스트 데이터, 전문가 판단을 결합해 잠재적 고위험 상황을 찾아낸다. 2026년 5월, 웨이모 차량이 애틀랜타와 샌안토니오에서 침수 도로를 만나 회사가 일부 운행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동시에 개선 작업에 착수한 일이 있었다. 이는 이미 설정된 운행 범위 안에서도 날씨 같은 변수가 시스템의 원래 처리 능력을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이며, 모든 경계를 없앤 뒤 맞닥뜨릴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로서는 레벨 5가 언제 등장할지 밝혀줄 명확한 시간표는 없다. NHTSA의 입장은 레벨 5 기술이 아직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어떤 차량에도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며, SAE의 등급 기준은 능력 수준을 설명하는 것일 뿐 개발 일정표가 아니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