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벙커는 원래 전차를 막기 위해 지어진 곳이다. 두꺼운 콘크리트, 폐쇄적이고 견고한 구조—서울의 냉전 시대 대전차 벙커 Peace Culture Bunker는 이제 작가 최결시(Checksy Choi)가 한 어선의 기억을 담는 공간이 되었다. 전시 《Eotieum: The Ply of Longing》은 벙커의 두 전시실과 이를 잇는 통로를 사용하며, 그 출발점은 최결시의 외할머니가 한국전쟁 중 북한을 탈출할 때 탔던 바로 그 어선이다. 그녀는 배를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엇이음'이라는 개념으로 해체했다—어긋남은 연결의 실패가 아니라, 관계가 계속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직후 시작되었는데, 그녀는 원래 전시가 완성되는 것을 직접 보고 싶어했다.

첫 번째 전시실에는 길이 430cm, 폭 220cm, 높이 110cm의 《Eotieum Vessel》이 전시 전체의 핵심으로 자리한다. 용접된 강철 프레임 위로 수천 개의 손으로 찢은 한지 조각들이 덮여 있으며, 이는 최결시가 한국 전통 목조 격자창에서 발전시킨 격자 문양 언어 'Gyeokja'(격자)로 재배열되어 있다. 이 조형물은 의도적으로 다공성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져, 빛과 공기, 습도, 그리고 관람객의 움직임까지 표면을 통과하며 벽과 바닥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그림자를 드리운다—이것은 고정된 조각품이라기보다는 숨 쉬는 그릇에 가깝다.

통로 속의 배, 철망 너머의 포옹

연결 통로에 설치된 작품 《You May Pull the Vessel》에는 삼끈으로 묶인 작은 한지 배가 놓여 있다. 개막 전 최결시가 직접 이 배를 통로를 따라 끌었고, 이후 관람객들이 같은 동작을 이어받는다. 배 자체는 영구적인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그 동작은 소리와 기억,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계속 전해진다.

두 번째 전시실의 《Net Hug》는 전시 전체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강철 그물이 재구성된 한지 발자국을 받치고 있으며, 동시에 실제 장벽 역할도 한다. 양쪽에 선 관람객들은 그물망 틈으로 서로를 껴안을 수 있지만, 실제로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는 없다. 몸은 갈라져 있지만, 그림자는 장벽을 넘어 주변 표면에 잠시 겹쳐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되는 발걸음으로 한지 발자국은 점점 주름지고 닳고 찢어지는데, 이는 결국 설치 작품 스스로가 관람객들이 쌓아온 존재의 흔적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전시는 두 점의 평면 작품으로도 이어진다. 《Longing Extends North》(한지, 아크릴, 리넨 위 실사, 162.2×130.3cm)에서는 한지 배가 아크릭 물감 위를 반복적으로 끌려가며 남긴 흔적이 여러 겹의 물감 층에 고정되고, 그 위로 수백 개의 손으로 찢은 한지 조각이 서로 닿을 듯 닿지 못하는 두 손을 그려낸다. 다른 작품 《Still》(한지와 아크릴, 리넨, 162.2×112.1cm)도 같은 재료 언어를 이어간다. 두 작품 모두 다공성의 한지를 아크릴 표면에 완전히 봉인하지 않음으로써, 정지된 화면의 밑층과 그 위 숨 쉬는 종이 사이에 아슬아슬한 관계를 의도적으로 유지한다.

용접된 강철부터 손으로 찢은 한지까지, 최결시는 외할머니의 그 배를 '고치거나' 완전하게 복원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별과 미완성, 어긋남을 그대로 남겨두어, 그것이 계속해서 연결이 존재하는 방식이 되도록 한다—이것이 바로 《Eotieum: The Ply of Longing》 전시 전체가 진정으로 붙잡고자 하는 것이다. 전시는 2026년 서울 Peace Culture Bunker에서 열리며, 본 자료에는 정확한 전시 기간과 티켓 정보는 제공되지 않았다.

최결시 《Eotieum》: 한지 어선, 사람을 받아준 적 없던 서울의 냉전 벙커에 정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