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평한 파랑처럼 보이던 면도 가까이 가면 형태가 층층이 겹치고, 원형 색면 역시 시선과 반사에 따라 농도가 달라진다. 독일 작가 Dirk Salz는 안료와 수지로 이런 관람 경험을 만든다. Bluerider ART 타이베이 둔화의 《Painting Without Brush — Layers of Translucence, Silence, Depth》는 10월 17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열리며 Deep Dives와 Fadings 두 연작을 선보인다. 올해 신작만 모은 전시는 아니다. 붓을 쓰지 않고 회화가 어떻게 성립하는지라는 구체적인 질문을 건넨다.
1962년생 Salz는 공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독일 뮐하임에서 생활하고 작업한다. 캔버스에 붓질을 남기는 대신 안료를 수지에 섞어 페인트 롤러로 펼치고, 중력에 따라 흘러 평평해지도록 한다. 한 층이 경화된 뒤에야 다음 층을 올릴 수 있으므로 완성된 표면에는 여러 차례의 기다림이 담긴다. 색은 바깥면만 덮는 것이 아니라 투명·반투명 재료 사이에 누적된다.
빛과의 관계도 바뀐다. 반사는 주변 공간을 드러내고 투과와 층은 시선을 안쪽으로 이끈다. 하나의 작품이 물체·색면·깊이 있는 구성으로 동시에 읽힐 수 있다. 공식 전시 사진의 측면 두께는 투명 효과를 종이에 인쇄한 평면 이미지가 아님을 보여준다. 재료가 이루는 부피 역시 관람의 일부다.
제작 연도가 다른 네 작품으로 두 연작 비교하기
Deep Dives의 《DSA/M 1003 #2712》는 2021년작으로 140×210×10cm이며 겹쳐진 파란 기하학 형태가 화면을 구성한다. 2026년작 《DSA/M 1516 #3223》은 100×90×8cm의 세로 직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로, 어두운 가장자리와 내부 파랑의 층이 차이를 만든다. 둘 다 다층 합판에 안료와 수지를 사용한다. 같은 연작에서도 기하학의 방향·크기·중첩 방식에 따라 시선의 경로가 달라진다.
Fadings는 농도가 서서히 바뀌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2025년작 《DSA/M 1395 #3111》은 지름 120cm·두께 6cm의 원형이며, 2023년작 《DSA/M 1214 #2915》는 160×140×10cm다. 원과 직사각형 모두 점진적 변화를 담을 수 있으므로 ‘한 연작은 사각형뿐이고 다른 연작은 원뿐’이라고 단순화할 수 없다. 사진은 색의 단서를 주지만 표면 반사와 주변 환경의 관계도 중요하다.
붓 자국을 줄이고 재료의 층을 강조하는 작품은 전체 윤곽부터 본 뒤 정면과 측면을 비교해볼 수 있다. 가까이 가서는 경계와 투명도를, 물러나서는 색면이 이루는 전체를 본다. 위치를 옮기며 자신의 모습이나 전시장이 반사를 통해 화면에 돌아오는지도 관찰할 수 있다. 작품 구조에 따른 관람 방식이며 모든 색에 서사를 지정할 필요는 없다.
장소는 타이베이시 다안구 둔화난루 2단 77호 1층이다. 화요일~일요일 10:00~18:30 운영하며 월요일은 쉰다. 10월 17일 개막 행사는 끝났고 현재는 전시 기간의 일반 관람이다. 단체 해설도 예약할 수 있다. 방문 전 Bluerider ART 공식 전시 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작품 연도와 재료를 미리 보면 현장에서는 크기와 빛에 집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