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던 그림 속 인물도 자랄 수 있을까. 소카 아트 타이베이의 리시시 개인전 《Next Chapter》는 그 변화를 인물 비례·표정·풍경에 담는다. 10월 24일부터 12월 5일까지 익숙한 캐릭터 언어를 이어가면서 몸은 성인에 가까워지고 감정은 순진함에만 머물지 않는다. 캐릭터 회화나 일러스트 같은 서사에 관심이 있다면 가장 귀여운 인물을 고르기보다 인물과 배경의 관계부터 볼 수 있다.
학교로 돌아가며 인물도 다음 단계로
1989년생 리시시는 2012년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을 졸업했고 현재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에서 순수미술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다시 학생이 된 일은 기존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생활 배경이다. 전시 제목은 창작과 개인 삶의 전환을 함께 뜻한다. 익숙한 형상을 남기되 그림 방식·색·인물의 심리 상태는 계속 발전할 수 있다.
단순화한 형태, 뚜렷한 얼굴, 사물과의 상호작용이 인물의 식별성을 만든다. 부드러운 외모 아래에도 고집·주저함·조용한 저항이 남는다. 이런 감정은 큰 표정뿐 아니라 시선 방향·입가·신체 비례에 숨어 있을 수 있다. 인물이 단순히 귀여운 이미지 역할을 넘어설 때 같은 얼굴 언어가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품는지 비교할 수 있다.
분홍 구름 속 회고, 초록 언덕에 숨기
《Don’t forget to Imagine》은 성인에 가까워진 인물을 앞에 둔다. 차분히 관객을 바라보는 얼굴 곁으로 머리카락이 펼쳐지고, 위쪽 분홍 구름에는 과거 그림의 여러 캐릭터가 떠 있다. 새것과 옛것의 공존은 성장을 과거의 단절보다 이전 상상을 동반한 다음 단계로 보게 한다. 화면 속 영어 문장도 작품의 일부로, 구름의 인물들과 함께 상상이 창작을 동행해온 방식을 가리킨다.
《Don’t forget to Imagine》은 앞쪽 인물과 분홍 구름의 과거 캐릭터를 병치한다.
또 다른 초록 계곡 그림에서는 나무와 언덕도 눈과 표정을 갖고, 인물은 풍경 속에 숨거나 커진 얼굴을 내민다. 배경은 인물의 장식적인 빈 공간을 넘어 자체 감정이 있는 세계가 된다. 짙고 옅은 초록·길·작은 집이 시선을 앞뒤로 움직이고, 인물과 지형의 크기 차이는 전원 풍경에 비현실적인 유머를 더한다. 먼저 인물을 찾은 다음 주변에서 무엇이 자신을 바라보는지도 살펴볼 만하다.
인물 밖에서 붓질과 빛도 말한다
《Hidden in the Landscape 260927》은 분홍 토끼옷 인물을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풍경에 둔다. 머리 위 작은 새는 눈을 굴리고 옅은 주황 구름과 수면이 다른 색조를 이룬다. 수묵화의 느낌은 시각적 연상이지 실제 재료가 먹이라는 뜻은 아니다. 리시시는 단순한 얼굴과 자유로운 배경 붓질을 나란히 놓아 인물을 부각하면서 빛·색·분위기가 말하지 않은 감정을 받아내게 한다.
리시시 작품 이미지. 분홍 동물옷 인물이 인형과 파란 물체를 든다.《Hidden in the Landscape 260927》의 토끼옷 인물과 머리 위 새가 물 풍경에 놓인다.
장소는 타이베이시 중산구 티딩다다오 2단 350호 소카 아트 타이베이다. 화요일~토요일 10:00~19:00 운영하며 일요일·월요일은 쉰다. 타이베이 아트 위크 페이지는 무료 입장으로 안내한다. 갤러리의 공식 시작일은 10월 24일이며 개막 행사는 지났고 현재 일반 관람 기간이다. 소카 아트 공식 소개를 먼저 읽고 현장에서 인물과 풍경을 비교하며 성장의 단서가 얼굴에 있는지 화면 전체에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