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센트럴 gdm에서 열리는 邱瑋祥(Chiu Wei-Hsiang)의 개인전 《日日耕》(Toil and Soil)은 10월 31일 막을 내린다. 동물, 채소와 과일, 꽃, 일그러진 얼굴이 선명한 색으로 등장하지만 붓질은 매끈한 마감을 좇지 않는다. 1997년 타오위안 다위안에서 태어난 작가는 옛집 철거, 가족의 시장 장사, 돌봄 기관에서의 경험을 회화로 가져온다. 제목의 경작은 땅과 연결되면서, 낮의 노동 뒤 밤마다 이미지를 남기는 행위로도 읽힌다.
타오위안 다위안에서 기억 속의 집으로
작가는 2020년 국립대만예술대학교 서화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타이베이에 산다. 어린 시절은 농촌, 가족, 시장과 맞닿았으나 옛집은 항공도시 사업으로 수용·철거됐다. 《厝》(The House, 2023)와 《根》(Root, 2024)은 조상 대대로 살던 집터에서 열렸다. 이 흐름은 사라진 건물을 다시 그리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주소와 풍경, 친족 관계로 연결됐던 삶이 볼 수는 있지만 완전히 복원할 수는 없는 기억으로 옮겨간다.
그림을 볼 때는 얼마나 닮았는지라는 기준을 잠시 내려놓을 만하다. 작가는 참고 사진이나 밑그림 대신 머릿속 장면을 바로 그린다. 흐릿한 윤곽과 뒤틀린 비례를 고쳐야 할 오류로 볼 필요가 없는 이유다. 기억은 본래 생략하고 확대하며 위치를 바꾼다. 강렬한 분홍, 초록, 파랑, 빨강은 그 어긋남을 표면에 남겨, 일상의 사물이 알아볼 수 있는 모양뿐 아니라 긴장과 친밀감도 품게 한다.
큰 그림과 연속된 작은 그림을 읽는 속도
전시장 사진의 큰 세로 작품에서는 파랑·초록 배경이 분홍 얼굴을 둘러싸며, 가늘고 긴 몸과 가슴의 꽃이 불안정한 비례를 만든다. 다른 벽에는 작은 작품이 나란히 걸려 사람과 식물, 사물을 비슷한 크기로 비교하게 한다. 같은 색이 그림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 먼저 찾고, 큰 그림 하나와 작은 그림의 연속을 읽는 속도를 비교해 보자. 초점은 무엇이 그려졌는지에서 어떻게 기억되는지로 이동한다.
사람과 식물, 일상 사물을 그린 작은 작품들이 벽을 따라 나란히 놓인다.긴 벽의 연속 작품과 끝 벽의 인물·동물 그림이 서로 다른 감상 거리를 만든다.
낮의 돌봄 노동도 창작과 분리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작가는 돌봄 기관을 상근으로 운영하며 밤에 그림을 그리고, 일상에서 노화와 생의 마지막을 마주한다. 갤러리의 해석은 제도와 효율 뒤로 돌봄 노동이 가려지는 방식, 그리고 이미지가 개인의 복합성을 보존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돌봄을 받는 사람을 하나의 상징으로 줄이는 대신, 얼굴과 생활 사물 하나하나에 기능적 분류를 넘어서는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음을 환기한다.
돌봄의 일이 끝난 뒤, 밤에도 이미지를 남기다
매끈한 디지털 이미지에 익숙하다면 《日日耕》의 다듬지 않은 선과 색을 유심히 볼 만하다. 거친 형태, 흘러내린 물감, 고르지 않은 붓질은 그림이 자동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동작이 쌓여 남는다는 점을 드러낸다. 긴 벽의 연속 작품과 따로 걸린 초상 사이에서 가까이 다가갔다 물러나며 비교해 보자. 거리가 달라질 때 먼저 보이는 것은 사람인지, 색면인지, 평범해 보이는 사물인지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2026년 9월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홍콩 센트럴 더들 스트리트 11번지 Ruttonjee Centre 1층 108호에서 열린다. 갤러리는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 운영하며 문의 전화는 +852 2525 0529다. 자세한 내용은 gdm 전시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폐막 전에 찾는다면 선과 인물 사이의 멈춤에 시선을 두고, 한 젊은 작가가 일상 노동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방법을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