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빌팽 갤러리의 강명희(Myonghi Kang) 개인전 《What Remains to Be Seen》이 11월 15일까지 최근 회화와 종이 작업을 선보인다.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나 현재 제주에서 생활하며 작업하는 작가는 오랫동안 한국과 프랑스를 오갔다. 꽃과 산, 물은 반복해 바라보는 시간을 거쳐 화면이 된다. 전시는 자연 풍경을 모두 알아맞히기보다 색과 거리, 기억이 한 캔버스에 어떻게 함께 남는지 살펴보게 한다.
97cm에서 3m로: 풍경에 감상 거리를 되돌리기
공식 선정 유화 다섯 점은 모두 2026년으로 표기됐지만, 연도가 짧은 제작 기간을 뜻하지는 않는다. 《Wollabong》은 97×130cm로, 밝은 바탕 위에 옅은 파랑·연두·작은 주황색 점이 흩어진다. 멀리서는 지형의 연속성이 느껴지고 가까이서는 붓질이 갈라져 보인다. 명확한 윤곽으로 산을 감싸기보다 밀도가 다른 부분 사이로 시선이 움직이게 한다. 같은 옅은 영역이 공기이면서 나무 사이로 보이는 틈처럼 느껴질 수 있다.
강명희, 《Wollabong》(2026), 캔버스에 유채, 97×130cm.
반면 《La source》는 288×340cm로 가로 폭이 3m를 넘는다. 파랑과 짙은 초록이 비교적 밀집하고 미색·갈색·가는 선이 그 사이를 나눈다. 제주 안덕계곡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모든 붓질을 바위나 수면과 바로 대응시킬 필요는 없다. 파랑이 옆으로 어떻게 퍼지는지, 어두운 덩어리와 밝은 여백이 어떻게 서로 밀어내는지 먼저 비교해볼 수 있다. 작은 작품과 대형 캔버스를 함께 보면 거리도 화면을 이해하는 요소가 된다.
무궁화·모란·대나무: 유화 다섯 점 비교하기
세로형 《Hibiscus》는 300×195cm로 짙은 초록·청보라·흰 붓질이 중앙에 모이고 붉은 선은 바탕에서 떠오르는 듯하다. 《Pivoine》은 250×195cm이며 위쪽이 더 비어 있고 꽃 형태와 짙은 선이 아래에 집중된다. 둘 다 꽃이 소재지만 무게중심은 다르다. 전자는 위로 뻗는 밀도가 있고 후자는 빈 공간과 낮은 꽃무리 사이에 긴장을 만든다. 어느 꽃이 더 닮았는지만 묻기보다 꽃과 주변 공간의 비율을 살펴볼 만하다.
강명희, 《Bambous aux fruits du gardénia séché》(2026), 캔버스에 유채, 97×131cm.
《Bambous aux fruits du gardénia séché》는 97×131cm다. 황갈색 가지 같은 선과 짙은 초록 면이 왼쪽 위의 옅은 파랑과 만나고 가는 선은 캔버스 위에서 계속 방향을 바꾼다. 두 세로형 꽃 그림과 비교하면 분산된 가로 리듬으로 시선이 돌아온다. 강명희는 하나의 고정 시점만 사용하지 않는다. 가까운 식물과 먼 풍경, 전에 본 색이 겹겹의 붓질을 통해 공존할 수 있다. 비슷한 색조에서도 서로 다른 중심과 호흡이 나타나므로 나란히 비교하는 의미가 있다.
Arthur de Villepin이 기획한 전시에는 로마 빌라 메디치에서 파스텔과 먹으로 만든 최근 종이 작업도 포함된다. 작가는 이른 아침 일어나 첫빛을 관찰하고 같은 장소로 돌아와 계속 그렸다. 갤러리의 제작 과정 설명에 따르면 어떤 그림은 몇 달 또는 몇 년 두었다가 다시 수정되며 서명도 최종 끝을 뜻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2026년 표기는 작품의 기록으로 읽되, 모든 관찰과 수정의 시간을 하나의 순간으로 압축할 필요는 없다.
전시는 2026년 9월 29일부터 11월 15일까지 홍콩 센트럴 할리우드 로드 53–55번지에서 열린다. 공식 일반 공개 시간은 화~목요일 14:00~19:00, 금요일 11:00~19:00, 토·일요일 11:00~18:00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프라이빗 투어는 info@villepinart.com 또는 +852 3709 0913으로 문의할 수 있다. 방문 전 공식 전시 페이지에서 크기나 색의 차이가 큰 작품을 골라 비교할 질문을 갖고 그림을 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