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Bank Leumi 산하 Pepper Invest는 Paxos와 협력해 고객들에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며 "이스라엘 최초로 암호화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라는 타이틀까지 자처했다. 하지만 그 서비스는 결국 실제로 출시되지 못했다.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이스라엘 중앙은행이 승인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같은 은행이 같은 목표를 들고 돌아왔다. 다만 파트너가 바뀌었을 뿐이다. Bank Leumi와 Galaxy Digital은 목요일, 자본시장 애플리케이션 Leumi Trade를 통해 고객들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Solana)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거래는 앱 내 별도로 암호화된 영역에서 이루어지며, 2027년 초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한다. 사용자는 별도의 앱을 다운로드할 필요 없이 기존에 주식과 채권을 관리하던 인터페이스 안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Bank Leumi는 이스라엘 최대 규모의 은행이며, Leumi Trade의 이용자 기반은 약 250만 명에 달한다.
이번에 달라진 점은 Bank Leumi의 야심이 아니라 규제의 지반 자체가 움직였다는 데 있다. 2026년 중반까지만 해도 이스라엘 은행들은 암호화폐 관련 입금을 자동으로 지연시켰고, 암호화폐 출처의 법정화폐 입금을 아예 거부할 수도 있었다. 라이선스를 받은 업체들도 극히 짧은 목록의 코인만 거래할 수 있었고, 명확한 수탁·자본 규정도 없었다. 이런 환경은 2026년 중반부터 완화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입금 지연 메커니즘을 폐지했고, 은행이 라이선스 업체의 자금을 일괄적으로 거부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스라엘 자본시장청(Capital Market Authority)은 지갑 보안 기준과 자본 요건을 새로 마련했는데, 수탁 업무가 없는 회사는 200만 뉴세켈, 수탁 업무가 있는 회사는 250만 뉴세켈의 자본을 갖추도록 했고,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을 분리 관리하도록 의무화했다. 8월 1일부터 발효된 지침은 거래 가능한 코인 범위를 시가총액 상위 50위, 시가총액 5억 달러 이상인 암호화폐로 확대했다. 즉, 은행이 이제 마찰이 훨씬 적고 규제 경계가 명확한 경로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를 소매 고객에게 직접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2022년 시도 당시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조건이다.
Galaxy 쪽도 빈손으로 나선 게 아니다. 회사는 뉴욕주 금융서비스국(DFS)이 발급한 BitLicense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6년 5월에는 자금 송금업자(money transmitter) 라이선스까지 취득해 규제 인증 요건을 먼저 갖춰놓았다. 기술적으로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거래 실행은 Galaxy가 은행·자산운용사를 위해 만든 플랫폼인 GalaxyOne Institutional이 맡고, 자산 수탁은 오프라인 격리 지갑(air-gapped, 즉 하드웨어가 네트워크에 전혀 연결되지 않는 방식)을 다루는 GK8이 담당한다. GK8은 Galaxy가 Celsius 파산 이후 인수한 회사다. Galaxy Israel의 Lior Lamesh 대표는 "금융의 미래는 개방적이고 프로그래밍 가능한 레일 위에 세워질 것이며, 먼저 움직이는 은행이 다음 시대를 정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Bank Leumi가 이스라엘 최초로 디지털 자산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은행이며, 그 파트너로 Galaxy를 선택했다는 점을 직접 강조했다.
하지만 이 말에서 가장 기억해야 할 대목은 사실 맨 마지막 절차다. 전체 계획은 여전히 이스라엘 중앙은행의 승인을 기다려야 하며, 바로 이 지점이 2022년 Paxos 협력안이 좌초됐던 것과 똑같은 관문이다. 규제 환경이 3년 전보다 훨씬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승인 여부는 결국 Bank Leumi나 Galaxy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2027년 초 예정대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지는 중앙은행이 고개를 끄덕인 뒤에야 답이 나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