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자보다 예술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알파벳은 어떤 모습일까. César Cid의 The Artphabet은 글자를 입체적인 화면으로 다뤄 A를 빨강·흰색 수프 캔으로, B를 흰 벽돌과 빨간 풍선으로 바꾼다. 예술가 26명에게서 영감을 받은 프로젝트는 CESS 공식 사이트의 Artist Series로도 확장된다. 한 예술가의 시각 언어로 A부터 Z까지 만드는 방식이다. 함께 보면 누구를 떠올리게 하는가에서 한 표현으로 얼마나 많은 형태를 바꿀 수 있는가로 관심이 옮겨간다.
표면 무늬에서 글자의 두께와 빈 공간으로
메인 비주얼의 빨강·흰색 캔은 원통 윤곽을 그대로 두지 않고 A의 비스듬한 두 다리로 늘어난다. 가운데 구멍은 글자를 알아보기 쉽게 유지한다. 포장 글씨, 금속 테두리, 표면 주름은 용기 같은 느낌을 남긴다. 캔 위에 글자를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캔 자체가 글자가 되는 셈이다. 설명을 읽기 전에도 익숙한 물건과 그래픽 사이를 오가며 달라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옆의 B는 다른 방법을 쓴다. 흰 벽돌 질감이 앞면과 옆면으로 이어지고, 검은 소녀 실루엣은 빨간 하트 풍선을 향해 손을 뻗는다. 위아래 두 구멍이 벽을 글자 윤곽으로 자른다. 오른쪽 위 풍선은 윤곽 밖으로 나간 문장부호처럼 보이며, A의 큰 빨간 면과 작은 규모로 호응한다. 이는 디지털 구성의 시각적 효과이지, 벽과 캔, 풍선이 실제 조각의 재료라는 증거는 아니다.
같은 ABC에도 세 가지 리듬
Banksy에게서 영감을 받은 Artist Series 목업은 흰 벽돌과 소녀, 풍선을 A·B·C에 배치한다. A의 대각선과 C의 열린 부분에 따라 뻗는 손과 풍선 위치도 달라진다. 흰 테두리의 세 화면이 기울어 겹쳐진 모습은 함께 배열할 수 있는 프린트 제안처럼 보인다. Banksy 본인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신작 세 점도, TIDEZINE의 전시장 촬영 사진도 아니다.
Banksy에게서 영감을 받은 ABC 조합 목업으로, 본인의 신작이나 전시장 사진이 아니다.
Miró에게서 영감을 받은 ABC는 가는 검은 선, 빨강·노랑·파랑 색면, 구와 별 모양 끝부분을 사용한다. 두툼한 벽돌 덩어리와 달리 회색 배경을 많이 남겨 곡선과 빈 공간을 강조한다. B 속 눈 같은 원, C 위쪽 빨간 구와 아래쪽 별은 각각 시선을 멈추게 한다. 색은 적어도 위치가 바뀌면 글자마다 다른 표정이 생긴다.
검은 선과 원색을 사용한 Miró 영감의 Artist Series ABC 목업.
글자의 획을 몸으로 조직하기
Keith Haring에게서 영감을 받은 목업은 노란 사람 형상을 쌓아 ABC를 만들고 검은 윤곽 밖 짧은 선으로 움직임을 암시한다. A는 여러 사람이 서로 지탱하는 듯하며, B는 곧게 선 몸과 구부린 몸을 겹친다. C는 호를 따라 사람을 잇는다. 가로획·세로획·굽은 부분이 팔다리와 몸통으로 바뀌어, 기호를 찾는 동시에 몸들이 연결되는 경로를 따라 읽게 된다.
노란 사람 형상으로 ABC를 만든 Keith Haring 영감의 목업.
네 이미지는 모두 스튜디오가 공개한 메인 비주얼 또는 조합 목업이다. 최초의 26글자 프로젝트와 후속 Artist Series, 디지털 화면과 인쇄판, 실제 전시를 구분해야 한다. 특정 글자나 조합은 The Artphabet 공식 프로젝트 페이지에서 살펴볼 수 있으나, 작품별 가격·크기·배송 조건을 통일해 나열하지는 않는다. 입체 그림자가 있다고 모든 작품이 조각으로 판매되는 것도 아니다. 이미지 자체에서는 질감과 여백, 몸의 자세가 같은 ABC를 읽는 속도를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