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 원내대표단이 처음 내놓은 국민투표 본문안은 건강, 전력 공급, 전기요금, 국방 회복력, AI 산업 발전이라는 5대 요구를 모두 담아 마치 공약 목록처럼 보였다. 14일 입법원 본회의 협상을 거치며 이 목록은 단 한 문장으로 줄어들었다. "귀하는 정부가 '핵발전'을 사용해 경제를 진흥함으로써 '비핵가원(脱원전)' 에너지 정책을 폐지하는 것을 지지합니까?" 압축이 완료되면서 안건은 곧바로 비핵가원 정책 자체의 폐지를 겨냥하게 됐고, 그 수위는 지난해 핵3호기 재가동 국민투표보다 한층 높아졌다.

본회의는 최종적으로 59대 51 표결로 통과시켰으며, 이 안건은 '태형'과 '교통 벌금 특별회계' 안건과 함께 성립되어 세 안건 모두 11월 28일 지방선거(구합일 선거)와 함께 투표에 부쳐진다. 원래는 6개 안건을 한꺼번에 상정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민중당 원내대표단이 제시한 '투표권 이전', '안락사'와 국민당 원내대표단의 '사형제 폐지 반대'는 협상 테이블에서 빠졌다. 이유는 단순하다. 안건이 너무 많으면 동원력이 분산되고 투표 대기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국민당·민중당 양측은 결국 남은 세 안건에 화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국민투표안이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려면 찬성표가 법정 기준선인 488만 7133표를 넘어야 하고,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아야 한다. 이 기준선은 지난해 8월 23일 핵3호기 재가동 국민투표에서도 발목을 잡은 바 있다. 찬성표 수가 반대표보다 많았지만 끝내 기준선을 넘지 못했다.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 이슈는 이번엔 목표가 더 직접적이다. 핵3호기 재가동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비핵가원이라는 정책 전체를 해체할지 여부를 묻는 것이다.

국민당 원내대표단의 최초 본문안에는 'AI 산업 발전 지지'라는 요구가 명시되어 있었는데, 이는 이번 국민투표 이면의 진짜 변수를 짚어낸 것이다. 바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지난해 핵3호기 재가동 국민투표를 앞두고 대만을 방문해 "핵발전이 더 낫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며 핵발전과 AI 공장 생산능력을 직접 연결지었다. 대만려지협회(TIA)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가 핵4호기 재가동 지지 성향을 보였는데, 찬성 측은 이 수치를 근거로 핵발전 이슈가 이미 여야 진영을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올해 3월 라이칭더 총통은 핵2호기와 핵3호기가 "재가동 조건을 갖췄다"고 언급했으며, 대만전력공사(타이파워)도 이미 핵3호기 재운전 계획을 주무기관에 제출해 심사를 받고 있는데, 아무리 빨라도 약 2년은 걸려야 절차가 마무리된다. 다시 말해 11월 28일 투표는 핵발전소가 언제 발전을 재개할지를 직접 결정하지는 않지만, 대만 에너지 정책이 실제로 방향을 전환할지 여부를 가늠하는 전국적 의사 표시가 될 것이다.